2005/07/18 20:19 : 걸상 위의 녹슨 공책

일요일만 되면 머리가 빠게 질 것 같습니다. 귀가 가렵다 못해 이제는 진물이 날 지경이라니까요. 저 쪽에 있는 친구 있잖아요. 자기 스승을 팔아먹은 작자. 가롯의 유다라고 하는 친구 말이예요. 나는 일요일 만 되면, 두통으로 이렇게 시달리고 있는 데도, 저 친구는 쿨쿨 낮잠만 잘 자더군요. 베드로라고 있지요? 아침이 되기 전에 예수?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 디... 잘 몰라라. 하고 세번이나 부인했다가 어디론가 짱 박혔던 친구 있잖아요. 그 친구 로마에 가서 출세했다고 하데요. 그런데 로마에 정말 가긴 갔는지? 그것이 루머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그 친구가 짱 박혀 있는 동안 내가 예수를 풀어주기 위하여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모른다고요? 천당가려면 성경책 좀 읽으세요, 성경에 보면 저의 활약 상 다 나옵니다. 할렐루야!

그런데 베드로, 갈릴리에서 고기나 잡던 이 친구가 로마에 가서 출세하고 나서 환장을 했던지, 뭘 잘못먹었던지, 어떻게 나를 씹어댔으면 <사도신경>에 예수가 저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다고 나왔느냐 이거예요. 이거 원 법적으로 고소할 수도 없고...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일요일만 되면 수십억의 신도들이 나를 씹어대는 데 내가 견딜 수 있겠느냐 이겁니다. 이거 죽을 맛입니다. 이천년이 넘도록 들었으면, 이제 이골이 날 만도 한데, 날이 갈수록 견디기가 더 힘듭니다. 아마 인구도 늘고, 대한민국과 같은 나라 있잖아요? 이 놈의 나라를 어떻게 꼬살랐으면 와장창 기독교인이 되어 나를 씹어대더라 이겁니다.

이제는 변명도 하기 싫고, 따지기도 싫지만 욕을 하더라도 알고 하라는 심정에서 제 처지에 대해서 한자락 읊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총독 발령장을 들고 희망에 부풀어서 유대지방으로 간 것은 그러니까 예수력으로 따지면 빵빵이륙년 입니다. 친구들은 총독으로 가면, 탱자탱자한다고 하더군요. 나도 이국의 풍광 속에서 이교도 여인의 치맛 폭에 휩싸일 꿈에 부풀어 있던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괴팍한 싸이코 티베리우스 황제와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예루살렘은 제가 꿈꾸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날씨는 무덥고 좁아터진 성벽 안의 골목에는 문둥병 환자와 창녀들이 득실거리고, 헤롯은 색골에다 싸이코로 상종도 하기 싫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두개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뭐든 희생할 수 있는 혐오스런 자들이었고, 바리새인들은 숨을 쉬어도 율법, 길을 걸어도 율법 하는 꽉 막힌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다가 열심당 놈들은 자고 나면 폭동을 일으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며칠을 지나고 나자, 제가 똥밟은 것을 알겠더라고요. 그런데 총독 안하겠다고 하면 티베리우스가 열 받을 것 같기에 그냥 참기로 했죠.

그게 불찰이었습니다. 제가 간 후 두차례의 폭동이 있었고, 티베리우스는 저에게 다시 소요사태가 있을 경우 봉고파직이라고 준엄한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그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허울은 총독이지만, 예하의 병력은 천명이 되지 않았고, 예루살렘에는 백부장 하나에 백명 정도의 병력만 주둔시키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병력으로 소요사태를 예방하기란 몹시 힘들었습니다.

저들이 무서웠고, 빌어먹을 예루살렘은 무덥기가 한량없었습니다.

그때 예수라는 자가 갈릴리 지방을 떠돌고 있으며, 희한한 소리를 지껄인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누구는 신의 아들이라고 했고, 누구는 메시야라고 하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신의 아들이기엔 너무 미천한 자였고, 메시야가 되기에는 적수공권, 아뭇 것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 주위로 군중이 몰려들고 하기에 그를 예의 주시하기로 했습니다. 입수되는 첩보들로 보았을 때, 그는 천재적인 말빨을 자랑하는 사람이더군요. 한 유대인이 예수를 빌어 군중을 선동키 위하여 가이샤에게 세를 내는 것이 옳은 가 했을 때,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라고 교묘히 빠져나갔을 뿐 아니라, 어느 여인을 너희들 중 죄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 함으로써 구출해낸 일을 들었을 때, 나도 그와 같이 현명했으면 했습니다. 성전 앞에서 좌판을 뒤집어엎을 때는 나는 그의 용기에 존경심이 우러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즈음에 첩보가 접수되었습니다. 유월절을 계기로 대규모 폭동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시리아인 데카폴리로 병력을 증파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병력은 오지 않았고 나는 초조했습니다.

예수는 그때 내 앞에 끌려왔습니다.

그를 보고 고울지방의 무녀였던 아내는 제 발치에 엎드려 몸을 맡기고 울면서 말하였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저 사람에게 손대지 마십시오. 그는 거룩하신 분입니다. 어제 밤, 저는 환상 중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그는 물 위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또 바람의 날개를 타고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보세요. 기드론 골짜기는 피로 물들어 붉게 흐르고 있었고 가이샤의 조상(彫像)은 대량학살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중간 기둥들은 퇴락하였고 태양은 무덤 속의 제녀 처럼 슬픔 속에 면사포로 가리고 있었습니다. 오! 빌라도여, 악(惡)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당신의 아내인 제 애원을 듣지 않으신다면 로마 중의원이 받을 저주가 두렵고 가이샤가 당할 괴로움이 두렵습니다."

제 관저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사람들이 넘쳐났고, 혐오스런 제사장들은 끌고 온 예수를 땅에 패대기 치며 그를 죽이기를 요청했습니다. 아내의 간청이 아니더라도 왠만하면 그를 풀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냐?"고 그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이 사람은 죽을려고 환장했는지 "당신 말이 옳소이다" 하더군요. 군중들이 뒤집어 졌습니다. "죽여라! 죽여라!" 하고 소리치는 군중에게 나는 물었습니다. "무엇을 원하는 가?" "나사렛 사람의 죽음이요!" 그들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무슨 죄 때문인가?" "하나님을 모독하고 성전의 황폐를 예언했으며,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라고 했소."

나는 그들에게 답했습니다. "로마의 법은 그 딴 것으로 사형에 처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의 말을 무시하고 "십자가에 예수를 못 박으시요!" 하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아침 햇살은 지글거리고 그들의 함성은 관저의 안과 밖에 가득했습니다.

이미 대세는 거스를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예수에게 그 날 하루가 잔인했다면, 저에게는 지리하고 환장할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의 형사재판 방식과 절차 상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성난 군중들을 다스리려 했으나 그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예수를 잔인하게 매질함으로써 그들의 분노를 다스리려고 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았고, 바라바와 예수 중 누구를 죽일까하고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으나, 이 미친 것들은 예수를 죽이라고 했습니다.

더 이상 버티면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키겠더라고요. 바리새인, 열심당원들이 여기에 합류하면 소요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에겐 폭동을 진압할 병력이 없었습니다. 나는 관저의 안팎을 에워싸고 있는 그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함성 속에 비릿한 피의 냄새가 실려 왔습니다. 어지러웠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뜻대로 하라! 그리고 대야를 가져오게 하여 손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묻은 물을 닦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관저를 메운 혐오스런 유태인들에게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이것이 끝입니다.

예수가 골고다로 가서 죽은 후에도 다시 살아난 후에도 폭동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육년 후 사마리아인들의 학살 사건으로 연루되어 저는 봉고파직 되었습니다.

생애 중 가장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에 피에 굶주린 무리들이 외치는 소리에 저는 무릎을 꿇었는 지 모릅니다. 용기가 없었습니다. 저는 봉고파직된 이후 늘 이 비극의 현장을 잊을 수 없었으며, 로마에 대한 저의 충성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유배지에서 늘 그 젊은이를 생각하다가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위대한 로마의 긍지에 찬 시민에게는 자살 또한 아름다운 것이니까요.

알고 보면 저 불쌍한 사람입니다. 지가 뭐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도신경에 제 이름을 적어놓고 욕을 해대는 몰상식한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드리는 한편, 예수가 다시 살아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07/18 20:19에 旅인...face
2005/07/18 20:19 2005/07/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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