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은 남이 만든다. 율정리로 가는 길의 나뭇가지는 메마르고 길은 거칠었다. 한 여름에도 잎이 우수수지고 매미는 울지 않는다.

그 해에 예언자는 돌아갔고 천사가 있는 지에 대해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하도의 딱딱한 바닥을 걸어 동혈의 끝에 다다랐을 때, 정말 외롭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전화를 걸 친구도 편지를 쓸 애인도 없다는 것을 간신히 기억했고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한 모금의 담배연기와 같은 창녀였던 것이다.

자신의 목마름을 스스로 해소할 수 없는 그 땅에서 서로 등진 인간들이 자신의 말라비틀어진 생을 들여다보며 지친 노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알았던 주소와 이름은 익명의 그늘 밑에 가라앉고 편지를 읽어줄 자의 이름이 침묵이라는 것을 기어이 알았다.

내 생을 어디에 접어놓을 것인가. 일기장의 어느 모서리에도 갈피를 여밀 수 없고,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자 사람들의 붉고 푸른 웃음소리가 반짝거렸다.

마지막 구석에서 등을 끄고 발목도 덮지 못하는 짧은 모포를 깔고 베개도 없는 잠자리에 들 때, 도시를 배회하던 지하철이 멈춰서고 하루의 끝에 사람들이 부려지고 있었어.

런닝구에는 구멍이 났고, 자유란 그와 같다는 것을 자빠진 소주병은 그렇게 말했다.

잎이 지는 율정리로 가는 길에는 무수한 낱말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지. 그리고 그 해 겨울에는 율정리로 가는 이정표를 떼어내어 도라무깡에 불태우고 더 이상 천사를 찾지 않기로 영하로 부는 바람 속에서 맹세를 했지.

생을 접어 놀 너는 어디에서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냐?

 

2006/08/30 07:37에 旅인...face
2006/08/30 07:37 2006/08/30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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