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30 07:35 : 황홀한 밥그릇

積善之家, 必有餘慶 ; 積不善之家, 必有餘殃. 臣弒其君, 子弒其父, 非一朝一夕之故, 其所由來者漸矣, 由辯之不早辯也.

- 주역 곤괘 문언 중 -

서울시장 선거 때문에 그만 잊혀졌지만, 1970년대가 끝나가는 10월 26일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 박정희는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을 참석한 후 궁정동의 안가로 간다. 물론 가수 심수봉과 모델 신재순은 그 날 오후 적선동 옆 내자호텔에서 중앙정보부의 채홍사를 만나 안가로 끌려간다.
그 날 저녁 7시 41분 박정희는 제자이며, 후배이자 가신인 김재규의 총을 가슴으로 받고, 죽는다. 김재규는 죽은 박씨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탕! 확인 사살을 한다.
박씨가 이미 죽어있을 9시, TV에서는 " 오늘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는 삽교천 어쩌고 저쩌고..."라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나는 다음의 사실에 주목한다.

당시 은밀히 회자되던 말들로 궁정동 안가에 조달되던 연예인 등 여자들은 내자호텔에서 청와대의 채홍사(의전과장 박선호)를 기다렸다고 한다. 내자호텔이 있는 곳은 조선조에는 내자시(內資寺)가 있던 자리다. 내자시는 조선 초기에는 왕실의 부고 만을 담당했으나, 나중에는 왕실에서 사용되는 쌀, 국수, 술, 간장, 기름, 꿀, 채소, 과일, 꽃 까지 담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5.16 군사정권 이후 꽃 만 조달하는 곳으로 전락한다.

내자동의 바로 옆에 적선동이 있다. 적선동은 이조 초기부터 적선방으로 불리어지던 동네이다. 이 적선동은 조선조의 법궁인 경복궁의 남서쪽 모서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방향은 땅의 방향 즉 곤(坤)방이다.

주역 곤괘의 문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오며, 그 첫 두글자를 따서 동네이름을 적선방이라 한다.

"착한 일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경사스런 일들이 넘칠 것이지만, 착하지 아니한 일을 쌓는 집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치리라. 부하가 보스를 총으로 쏴 쥑이고, 자식이 아비를 쥑이는 일은 하루 아침 하루 저녁의 연고 때문은 아니다. 그런 일은 점차 커져서 되는 것이라서, 유래를 밝히려고 해도 그 처음은 말할 꺼리조차 되지 못한다."고 한다.

10월 26일이 되면, 제자이자 후배이며, 그의 한쪽 팔이었던 사람에게 총에 맞아 죽은, 젊을 때는 친일파요, 여순사건 시에는 변절자이며, 군사반란 이후에는 독재자 그리고 유신의 여세를 몰아 차라리 왕이 되려고 했던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의 시신에서 풍기는 악취로 얼마나 오래동안 우리나라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해왔던가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20111030

2011/10/30 07:35에 旅인...face
2011/10/30 07:35 2011/10/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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