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 09:43 : 황홀한 밥그릇

말도 안되는 자료를 만든다고 밤을 새고 새벽 5시 30분 쯤 집으로 돌아간다. 거실은 환하고, 아내는 남편이 본의 아닌 외박을 한 것도 모르고 자고 있다. 고3인 딸의 방은 텅비어 있다.

그러고 보니 대학 수능일이다.

혹시 아들 방에 있나 방문을 열어보니 카튜사에 간 아들놈이 추수감사절추수감사절이 아니라 재향군인의 날이라고 한다. 군인들은 민간인보다 하루를 더 쉰다고 한다. 이라는 양키 휴일차 나와 거실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둔 채 이불 속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다.

딸아이는 수시에 붙었다고 할머니 집에 가서 자고 있을 지도 모른다.

6시 30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출근한다.

때로 졸기도 했고 점심을 많이 먹으면 졸릴까봐 김밥 한 줄로 때운다.


35m 높이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위원이 309일만에 내려왔다고 한다.

충혈된 눈을 부비며 이 흐릿한 풍경 속에서 勞와 使 사이의 골의 깊이와 격절된 세월을 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의 공권력이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돈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돈이 아닌, 한 가족의 눈물 젖은 밥그릇을 지키려고 애쓰는 공권력이 꽃피는 세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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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2 09:43 2011/11/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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