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퇴근

현기증을 느끼며 일찍 퇴근했고, 전철에서 내렸을때 문득 벚꽃잎이 바람에 하르르진다. 봄이다. 나는 봄 하늘을 쳐다보거나 긴생머리를 날리며 걷는 어느 아가씨의 모습을 보거나 하면서 1/2분음표의 속도로 걸어 집으로 간다.

아직 미등을 켜기에도 다소 이른 시간 임에도 상점의 네온사인이 켜지기 시작했다. 네온이 켜지자 상점 안의 사람들의 표정은 상기되고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앞서 가던 아가씨는 핸드폰을 꺼내 골목에 드리워진 벚꽃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하늘은 아직도 푸르렀지만, 구름 사이로 오후가 몰려가고 저녁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오랫만에 휘파람을 부르고 싶은 오후다.

This Post Has 2 Comments

  1. 후박나무

    소설의 한 장면을 읽고 있는 느낌이어요^ ^

    휘파람을 부르고 싶은 오후…좋아요^ ^

    1. 旅인

      한 삼일 조류독감이라도 앓아 폐사라도 하는 듯 아프다가 몸을 추스려 회사를 나간 후 일찍 퇴근한 길이었습니다. 전날 병원에 가기 위해 거리로 나왔는데 풍경과 사람의 모습이 꼭 3D 만화를 보는 것 처럼 느꼈습니다.
      전철에서 내렸을 때, 봄의 훈풍과 젊은 아가씨의 싱싱함이 제게 다시 생기를 채워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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