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5 13:00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이 글이 정말 김수영씨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한번 참고할 만 하다.

내가 왜 이승만이를 미워하는가 하면 이 늙은이가 독재를 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사상으로 반 씩 갈라놓고 서로 의심하고 죽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오. 이 늙은이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놨단 말이오. 그런데 무슨 개나발 같은 시고 음악이고 그림이오! 미치고 발광하는 수 밖에...!

인민군 군가도 부르고 이승만 욕도 막하고 그래야 자유가 있는거요! 입이 근지러운데 그걸 참고 살라고 하면 그건 빨갱이보다 더 무서운거요!

(2004.9월부터 방영한 EBS문화사 시리즈 1편 - '명동백작' 17부에서 김수영씨의 말)

EBS문화사 시리즈 3편이 '지금도 마로니에는'으로 예전의 서울대 문리대였던 대학로의 1960년대초를 그리고 있다. 이 시리즈는 참여정부 시 제작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MB정권 하에서 이 드라마를 본다. 도올의 강의를 그만 두라고 한 EBS가 만든 드라마라고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마로니에는'을 EBS에서 보면서 1960년대의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명동백작'을 보면서 6.25 전쟁이 끝난 후의 1950년대를 그려볼 수 있다.

삶이, 전쟁과 사상으로 갈라지고 찢어지고, 끼니가 없어서 식구들이 굶거나 외상을 그어야 하는 형편에도 시인, 예술가들이 명동에 모여 술을 마셔야 하는 세태를, 그때는 그래도 人情이 있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쌕쌕이가 날고 야포가 터지고 사람 목숨이 개돼지 값만도 못하던 세월을 넘은 탓에 앞 날을 기약하지 못한 까닭인지 참으로 알 수 없다.

명동백작인 이봉구(소설가)를 중심으로 김수영, 박인환, 전혜린, 오상순, 이중섭 등의 인물들이 나온다. 극중에 나오는 김수영의 삶의 굴곡이 너무 진하다. 문인으로 서울에 남았다가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가고 탈출했으나, 우리 측에 잡혀 빨갱이라고 거제도에 수용되었다가 간신히 살아 나와 생존의 의미였던 아내(김현경)를 찾아갔을때, 아내가 친구와 살림을 차린 것을 보았고, 다시 아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모멸감은 그의 시에 관통하는 체제에 대한 저항과 반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박인환은 김수영에게 순수한 우정을 간직한 사람이지만, 김수영은 박인환을 통속적이라고 멀리하고, 전혜린은 어린 것이 싸가지없고 이유없이 절망하고, 오상순은 도통한 듯하고, 이중섭은 그리움에 지쳐 무너지고...

아무튼 '지금도 마로니에는' 만큼 재미있고 볼만한 드라마이다.

2012/01/05 13:00에 旅인...face
2012/01/05 13:00 2012/01/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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