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와 마두금

EBS를 켰는데 이런 장면이 나왔다.

낙타의 모성애는 강하다. 죽은 자식이 버려진 곳과 냄새를 몇년이고 기억한다. 하지만 모성의 본능조차 고통을 이기진 못하는 모양이다. 난산을 겪거나, 초산 때의 끔찍한 고통에 몸서리쳤던 어미는, 때로 몸을 부비고 어미의 젖을 빨고자 다가오는 새끼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면 아픔을 위로하고 버림받은 새끼를 위하여, 몽골의 유목인은 어미의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고 마두금(馬頭琴)을 혹 위에 걸쳐놓는다.

사막에 바람이 분다. 모래바람은 마두금을 두드린다. 마두금은 낮고 조용한 소리로 흐느낀다. 마침내 어미 낙타는 운다. 마두금의 슬픈 소리 때문인지, 눈에 들어간 먼지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어미가 그렇게 울 때, 새끼는 다가와 어미의 다리에 외로운 몸을 부빈다. 새끼를 내치지 않고 어미는 커다란 눈망울을 꿈뻑이며 울림통에 모래가 부딪혀 우는 소리를 듣는다. 사막 저 멀리서 울리는 듯한 낮은 소리다. 마침내 새끼는 젖을 빤다. 다시금 어미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진다.

사람 만 눈물짓는 것이 맞는 것인지…?

This Post Has 4 Comments

  1. 후박나무

    모성이란게 참…
    생명을 잉태하고 기른다는 것이 아름답기만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때로는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때로는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ㅠㅠ

    1. 旅인

      고통을 감내하고 희생하는 것이 어미의 덕성이라고 하지만, 고통을 감내하고 희생하기 때문에 모성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삼투하며 커가기 때문에 진정으로 모성이라는 것이 위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낙타란 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고비사막에도 낙타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유목민이 부르는 노래에 어미 낙타의 눈에서 눈물이 아롱지고 흐르는 모습이 놀라왔습니다.

  2. blueprint

    마두금이 뭔가 찾아봤습니다.
    그리고는 그 깊은 소리에 놀랐어요.
    아마 낙타가 울면 그런 소리를 내지 않을까…

    1. 旅인

      저는 마두금 연주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낙타의 봉에 걸어논 마두금이 모래바람에 지이잉 우는 소리 만 들었습니다. 한번 저도 찾아서 들어봐야 겠네요.

      원시적인 악기인 해금에 대해서 김훈씨는 “해금의 소리는 주물러서 나오는 소리다”라고 했는데, 오래된 악기들을 연주하려면 악보나 기술이 아닌 연주자들의 몸을 거쳐 나오는 나오는 소리, 그래서 귀로 듣는 것이 아닌 살에 스며드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까왈리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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