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9 10:16 : 찻집의 오후는

어제는 맑았는데, 새벽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어둠이 조금씩 씻겨가더니 아침이 왔다. 도로는 젖은 낙엽들로 물들어 있다. 가을은 젖고 떨어지고 밟히고 말라바스러지며 조금씩 겨울의 낮은 햇빛 속으로 흘러들어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락에서 사멸에 이르기까지의 느릿한 추이를 몽상할 수는 없지만, 이울고 떨어지고 죽고 사라지는 추이의 끝에 마침내 주검마저 사라져버린다는 기약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죽어서 사라지는 시간은, 살아서 죽기까지의 한 생애보다 더 오래된 전설일 수도 있다. 낙엽을 태우며, 봄에서 한 여름을 지나 자신들의 세포 속에 간직했어야만 했던 메마른 낙엽이 피워올리는 낮은 냄새를 들을 수도 있다. 산다는 것은 분명 치사하고 아니꼬운 일이지만, 가을을 맞이하여 들로 나서면 그 정도는 댓가란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어야만 하고,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이 가을 햇살 아래 들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찬란하다. 사라지는 시간과 높아지는 하늘 아래 가난하고 낮은 대지의 모습을 맞이하고 슬프지 않다면 이 계절은 늦가을이 아니다. 늦가을에는 바깥의 체온보다 가슴의 내륙을 돌아 뼈 속으로 스미는 기온이 낮은 법이니까.

2012/11/19 10:16에 旅인...face
2012/11/19 10:16 2012/11/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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