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2 11:14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사랑하는 아빠, 우린 낙엽처럼 여행하고 있어요."

떠나는 것이 왜 슬프다는 걸까? 집들은 바닥이 들떠 땅 위로 무너져내리는 듯한데... 눈이 내리고, 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정지해 있다. 그리스의 겨울 위로 내리는 눈과 정지한 채 눈을 올려다 보고 있는 자질구레한 군상들 사이를 뚫고 너희는 꼭 달아나야만 했을까? 거기에 필연성은 없지. 인간들은 늙거나 어리거나 자신들의 땅에 뿌리내리기 보다 늘 어딘가를 꿈꾸거든. 하염없이 북쪽으로 가서 국경을 넘으면 있다고 믿는, 게르마니아.

얘들아! 지금 그 곳의 풍경에 대해 말해줄 순 없어. 단정적으로 너희를 사생아라고 할 수 없듯...

우린 다 사생아거든. 게다가 너희는 낙엽처럼 떠나지만, 우리는 정박되어 녹슬고 있거든.

"내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해도 수많은 천사들 중에서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가"

불행? 행복한 사람들 조차 행복이 뭔지 몰라. 테오 앙겔로풀루스나 나나, 그리고 너희나 매한가지야. 하지만 인생이 카라인드로우의 음악처럼 비극적이라고 말할 순 없어. 그 늙은 여인이, 아다지오를 작곡할 땐 행복했을거야. 오보에의 소리가 비극적일수록 광기와 같은 만족감을 느꼈을테지.

안개가 걷히고 나면 무엇이 보일까? 풍경은 아름다울까? 차라리 안개 속에서 어렴풋한 것이 더 나을 지도 몰라. 흐릿한 바다, 빗줄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 검지가 부서져 더 이상 어딘가를 가르킬 수 없는 거대한 손의 석상, 술취한 작자들에게 장난거리에 불과한 늙은 말의 죽음, 더 이상 무대가 없어서 무대의상을 팔아야만 했던 광대들. 그 모습들은 다 안개의 이쪽 편, 보이는 쪽의 이야기이지만, 안개 저편의 이야기이기도 해. 안개의 너머는 더 짙은 안개일 수도 있어.

불라! 사람들이 사악하려 하지 않음에도 사악하다는 것은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아. 우리는 늘 순결한 욕망에 불타오르고, 정염에 물들고 있는데... 그 빈 것들을 채우고 또 채워도 가득하지 못해. 네가 순결을 트럭 운전수에게 짓밟혔다고, 오레스테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수줍고 못생긴 군인에게 게르마니아행 기차삯을 위하여 11살의 네가 몸을 팔려고 했던 것을 잘못이라고 하진 않겠어.

다만 기차삯을 던져 놓고 그가 떠났던 것은 다행이지.

"태초에 어둠이 있었어.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지."

알렉산더! 어린 나이에 길에서 울음과 자신이 아이라는 것을 잊어버렸어. 알지 못하는 아버지를 찾아가자고 어미에게서 너를 떼어낸 너의 누나를 용서하기는 쉽지 않아. 그렇다고 너의 그리움과 꿈을 가로막는 것도 옳지는 않은 것 같군.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악한 것은 너희를 철길 위에 던져 놓고, 어두운 국경선에서 총성을 울리게 했던 테오 앙겔로풀루스야. 너희들이 데살로니키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북상하여 국경선에서 배를 타고 건넜던 그 강은 너희를 게르마니아(독일)로 데려다 주었을까? 아니면 총성과 함께 너희는 레테의 강을 건넜던 것인가?

Landscape in the Mist

감독: 테오 앙겔로풀로스
음악: 엘레니 카라인드로우
제작: 1988년

참고> Landscape in the Mist

2007/12/02 11:14에 旅인...face
2007/12/02 11:14 2007/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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