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05 21:26 : 언덕 위의 고물 書店

그의 글에는 삼엄함이 있다. 범접할 수 없는 그의 글을 몇차례 만나기는 했어도 남한산성에서 보여 준 그 살벌함은 무엇일까? 바로 파랗게 벼려진 날 그것이다.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

남한산성 기행 중에서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고,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전략> 남한산성 서문의 치욕과 고통을 성찰하는 일은,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세상에서 그러나 죽을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마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과 치욕이란 없는 모양이다. 모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은 결국은 받아들여진다. 삶으로부터 치욕을 제거할 수는 없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겨누며 목통을 조일 때 삶이 치욕이고 죽음이 광휘인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 <후략...

김훈 그의 글에는 문인의 나약함이 없다. 단지 무인의 단호함. 운문보다 산문을 즐기는 나에게 그의 서리발같은 글은 처연하고도 신명나는 유혹이다.

마지막으로 용렬한 쿠테타로 집권한 인조에게 보낸 청태종의 글은 다음과 같다.

너희가 살고 싶으면 성문을 열고 나와 투항하여 황제의 명을 받으라.
너희가 죽고 싶거든 성문을 열고 나와 나와 결전을 벌여 황천의 명을 받으라.

<김훈의 자전거 여행 2의 181쪽과 191쪽에서>

참고> 자전거 여행 & 자전거 여행 2

2004/12/05 21:26에 旅인...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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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한산성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6/23 22:58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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