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0 10:00 : 오려진 풍경과 콩나물

모처럼 날이 개다

우연한 기회에 어제(7/19일) 국립극장에서 여우樂여기 우리 음樂이 있다 페스티벌 중 '앙상블 시나위'의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표를 예매했다. 20시 공연을 보기 위하여 조금 이른 19시 30분에 국립극장에 도착했다. 간만에 볕이 들었던 저녁 하늘 위로 서쪽으로 달려가는 빛의 자국이 구름 아래로 아로새겨졌다. 식어가는 대지 위로 산바람이 내려온다. 시원하다

국립극장 KB하늘극장

공연장인 'KB청소년하늘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당놀이에 적합한 구조다. 집이나 골목, 장터에 있던 마당형태는 분명 아니다. 천장도 제법 높다. 놀이마당을 둥그렇게 감싸 안을 수 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시간 속으로 -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

'시간 속으로 -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라는 이번 공연작은 이름과 무대가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곡이 끝나도 쉼이란 마디가 없다. 강박적이다. 한곡이 끝난 것을 알리려는 듯 잠시 불이 꺼졌다가, 박수, 그리고 불이 다시 들어오고 간단없이 이어지는 곡과 곡들이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극단 골목길'이 연출한 사설인지 아니리인지 몰라도 배우들이 집요한 눈길로 관객들을 노려보며 소리치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탓에 신명에 따라 느림과 잦음의 변주로 풀어져야 할 산조의 허튼가락을 맺힘으로 이끈다. 아쟁과 장구, 가야금 등 연주자, 소리꾼들은 신명이 났는지 몰라도, 관중들은 그만 굳어 있었다. 시간, 소리, 악기 등 그럴 듯한 단어들로 비벼댄 제목의 의미를 해석하기에는 양념, 즉 음악의 樂이 빠진 셈이다. 여기 우리 음악의 樂은 없다.

공연장을 보고 혹시? 앰프라는 증폭기구없이 악기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객석이 7백석이 넘고 11미터 이상 높이의 공연장을 앰프와 스피커의 도움없이 생악기음과 생목으로 감당하기는 무리였나 보다. 결국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라이브로 듣는 소리가 집에서 CD로 듣는 것보다 울림이 못하다. 울림이란 양악보다 우리 음악에 더욱 절실한 것이다. 국립극장의 음향시설이나 관리 혹은 오퍼레이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소리와 악기가 앞서고 물러나고 하면서 장단고저강약이 오케스트레이션되어야 하나, 소리를 악기가 갉아먹고, 악기에 소리가 대드는 형국이다. 서로의 소리가 쟁쟁하고 악악대니, 판소리가 악기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드잡이다. 듣는 내내 풀림은 없고 맺힘 만 있을 뿐. 악기소리에 묻힌 민은경씨의 소리는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 않는다. 악기소리나 판소리,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하나 하나는 마음에 새길 정도로 좋다 싶지만, 화해하지 못한 날선 소리와 악기들, 강박적인 대사에 신이 날 수는 없는 법이다.

소리를 찾아나선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처럼 연출하지만, 연출의 의도와는 달리 이 '시간 속으로 -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우리의 정서에 대한 집요한 추구다. 전작 '영혼을 위한 카덴자'가 망자는 물론 산 자의 서글픔마저 풀어내고자 한 씻김의 한 시나위라면, 이번은 죽음 그 비린 것의 비림, "죽었다"로 끝난 恨(맺힘)에 머물고 만 것 같다. 물론 맺힘의 몫도 중요하다. 그래서 '시간 속으로...'에서는 판소리에서, 가곡에서 처절한 순간들을 뽑아, 사설로, 재즈로, 스캣으로, 아쟁을 켜고, 가야금을 뜯고, 장구와 북을 두드리고, 괭과리를 치면서 한 판 늘어지게 내놓는다.

"옴짝달싹 못하도록 옥에 갇힌 이 사랑은 어이할꼬?"(츈향가 중의 대사),

"가련할 손 백만 군병은 날도 뛰도 오도가도 오무락 꼼짝딸싹 못허고 숨맥히고 기맥히고 살도 맞고 창에도 찔려 앉어 죽고 서서 죽고 웃다울다 죽고 밟혀 죽고 맞어 죽고 애타 죽고 성내 죽고 덜렁거리다 죽고 복장 덜컥 살에 맞어 물에 풍 빠져 죽고 바사져 죽고 찢어져 죽고 가이없이 죽고 어이없이 죽고..."(판소리 적벽가 중)

"간다는 말 한마디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부용산 가사 중)

우리는 "無에서부터 나와 산다(生)"는 것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죽어서(死) 無로 돌아간다"는 것을 선듯 수긍할 수는 없다. 그냥 無로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막연함이야말로, 망자가 가는 길을 아득하게도 하고 서럽게도 하지만, 살아 남아 떠도는 삶을 살아가다가 그만 죽고 말, 산 자의 목숨마저 서글프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삶과 죽음의 갈라짐이 이승과 저승으로 멀긴 하여도 결국 슬픔으로 합하고 살아짐과 사라짐 역시 나란하다. 살아서도 서럽고 죽어서도 아득하고 이도저도 고달프긴 매한가지. 죽은 사람은 후어이 후어이 보내야 하고, 살 사람은 기어이 기어이 살도록, 죽음이란 비린 것을 삭혀 흙을 만들고 먼지가 되고 지수화풍, 공! 망각으로 겹겹이 쌓고 쌓아, 잊혀진 죽엄과 죽음의 틈에서 산 자가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곳이 이승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 속으로 - 판소리, 악기를 만나다'는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다. 그 의미심장함은 '극단 골목길'의 배우들의 연기와 잘 어울리고, 앙상블시나위의 소리꾼 이봉근의 연기와 극립창극단 민은경의 소리 연기와도 잘 어우러진 셈이다. 그러니 기획은 성공이되, 어울림과 풀림이 문제인 셈이다. '극단 골목길'의 아니리인지 사설 대본을 얻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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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시나위

2013/07/20 10:00에 旅인...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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