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2 19:07 : 찻집의 오후는

이제는 글 하나 쓰는 것도 힘이 든다. 하는 일이 없는 탓이다. 그러니까 나는 無事하다. 이런 날들에는 창 가에 앉아 詩를 읽는다. 시를 읽는 동안 강변도로 위로 올라선 차들이 석양의 시간을 향해 가속하며 알피엠을 올리거나, 아직은 푸르른 오후의 하늘이 불현듯 막막해지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시를 읽게 된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수집 그 여자, 아무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강변에 솥을 걸고 어탕국수를 끓이는 여자를,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젓는 여자를,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쳐업은 여자를

   아무데나 픽 꽂아 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안에 든 민물고기 뼈 몇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유홍준의 시집 '저녁의 슬하' 중 "버드나무집 女子"---

이 시를 읽자, 그 여자의 모습이 궁금했다. 그리고 어탕국수 사이로 언듯언듯 드러날 민물고기의 허물어진 비늘과 잇빨과 혀끝으로 발라낸 가시를 상 모서리에 뱉어내며 여인의 뒤태를 바라보는 살찐 시선의 통속 너머, 솥에서 올라오는 김 사이로 끓어오르는 노을을 마주 한 여인의 풍경이 그리워졌다.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2014/06/02 19:07에 旅인...face
2014/06/02 19:07 2014/06/0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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