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6 19:50 : 벌레먹은 하루

이효리씨의 모순을 읽고 나서, 그녀의 이름 뒤에 “씨”자를 붙여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에서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사소하지만 자기분열적인 모습에 대하여 담담하게 성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에 지쳐, 아니면 욕심과 근심 걱정 탓에 불감증에 걸려 자신의 이율배반적인 생활을 아무 반성없이 흘려보냈다면, 이효리씨는 생활 속에서 소소하지만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자기 분열적인 측면을 솔직하게 반성하고 내적 융합을 이루어나가려고 한다.

이효리씨가 제주도에서 칩거하면서 성찰을 통하여 자신의 내적 모순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 시간 서울에는 높은 자리에 앉기 위하여 오히려 자기모순과 분열을 노골화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분명 분열적이다. 집에서는 아버지로, 직장에서는 직위로, 친구에게는 친구로 살아간다. 하지만 떳떳한 아버지이기 위하여 직장에서 불의한 일을 하지 않고, 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곤 한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분열적이고 모순적인 양태를 하나의 중심 인격으로 통합하고 해소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늘 자신의 과거는 현재를 구속하고 자신의 현재는 자신의 미래의 인격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집에서 ‘나’와 직장에서 ‘나’, 그리고 친구의 친구로서의 ‘나’가 아무런 연관이 갖지 못하고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상황에 따라 인격은 분열되고 결국 해리성정체장애(解離性正體障碍) 즉 다중인격이 표출되게 된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기자였기 때문에”, “교회였기 때문에”라고 과거의 발언과 국무총리 지명자로서의 지금과 연관을 끊고자 한다. 이러한 발언의 맥락은 “일제시대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이 중요하다. 잘잘못은 앞으로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며 불온했던 과거의 꼬리는 자르고, 현재의 판단은 미래로 유보하자는 반민족 수구세력들의 도마뱀 논리와 궤를 함께 하고 있다. 문 후보자가 만약 총리가 된다면, 그는 “그때는 후보자였기 때문에”라고 또 자기 부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분열증의 연장선 상에 있는 자를 어떻게 국무총리의 자리를 줄 수 있겠는가?

2014/06/16 19:50에 旅인...face
2014/06/16 19:50 2014/06/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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