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9 23:18 : 황홀한 밥그릇

N=R*×fp×ne×fl×fi×fc×L

드레이크 방정식(The Drake Equation)이다. 우리 은하계 내의 교신 가능한 외계문명의 수를 구하는 방정식이다. 우리 은하계 내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고 생명체가 태어난 지적 문명체로 진화하여 우주와 교신할 수 있는 통신을 갖고 있을 확율을 구하는 것이 방정식에서  fc까지이다.

...L

문제는 공식의 마지막에 매달려있는 'L'에 있다. L은 '우주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의 길이'라고 한다. 인류는 간신히 100년이라는 시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그리고 인류의 문명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포격을 가하고 팔레스타인이 텔아비브의 지근 거리에 있는 아마겟돈(므깃드의 언덕 : 텔 엘 무테세림)에 불꽃을 터트린다. 계시록의 그 날이 온다. 그러면 드레이크 방정식의 N의 숫자, 즉 교신 가능한 외계문명의 수가 백이 되었든 천이 되었든, 결국 사라진 인류에겐 무의미하다.

통신 가능한 문명을 이룬지 한세기도 안되어 인류는 완벽한 수준의 멸망시스템을 만들었고, 일촉즉발의 초위험사회로 들어섰다. 미국과 러시아 등 열강들은 인류를 진멸할 수 있는 강력한 폭력이야말로 평화를 담보한다고 한다. 우리는 생존에 치명적인 초위험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더 가공할 초위험을 포개가면서 평화를 간신히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이 세기의 평화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공포'이다.

요즘 SF 영화를 보면, 외계인은 하나같이 인류에게 처절할 정도로 폭력적이다. 그들은 은하계의 저 쪽 끝에서 어쩌면 단 하나 밖에 없을 지도 모르는 외계문명인, 인류문명을 싸그리 튀겨먹겠다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공할 화력으로 중무장을 하고, 수십만 광년, 수백만 광년을 은밀하게 낮은 포복으로 날아온 것 같다.

그토록 폭력적인 외계문명이, 그토록 가공할 공격체계를 갖추고서 서로 싸우지 않고 그토록 오랜 시간을 공존해왔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있을 수도 없다. 폭력적인 문명에 걸맞게 무수한 전쟁 끝에 마지막으로 생존한 종족일지라도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서로를 파괴하다가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살아남는 문명은 비폭력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구에 당도한 외계문명은 폭력적일 수 없다. 그것은 인류가 지금의 폭력적인 시스템(무기체제 뿐 아니라, 자본주의)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우주를 넘어 다른 문명세계로 다가갈 수 있는 기술을 이룩할 수 있는 싯점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의 답이기도 하다.

이제 L, '우주에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의 길이'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쯤 되는 것일까?

2014/07/19 23:18에 旅인...face
2014/07/19 23:18 2014/07/1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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