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1 14:09 : 찻집의 오후는

KLH 21 External

요즘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남들보다 좋아해서는 아닙니다.

어렸을 적엔 음악을 들으면 울었습니다. 박재란씨의 '산 너머 남촌에는'이란 음악을 들으면 방 안이 문득 깜깜해지고 벽들이 나로 부터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슬퍼졌습니다. 라디오에서 "오~ 오~ 오~ 새애~애드 무비이"라고 새드 무비의 가사가 흘러나오면, 가슴 속이 간질간질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의 담배갑에 코를 박고 심호흡을 몇번인가 하고 나면 진정이 되곤 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고 하셨지요. 담배갑에서 새어나오는 연초냄새가 얼마나 시원한지는 모르실 겁니다.

음악을 듣게 된 것은 중학교 때의 친구 때문이지요. 클래식같은 것을 억지로 들었고 그때도 가요와 같은 것은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93.1, KBS 제1FM을 켜 놓고 그냥 듣습니다. 클래식도 국악도 다른나라의 음악도 재즈도 나오는대로 듣습니다. 곡명을 알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 흘러나와도 그냥 흘려보내며 듣습니다.

최근에 부쩍 음악을 많이 듣게된 데는, 쓸데없는 취미 때문입니다. 값싼 오디오를 사다가 소리가 뭐가 다른가? 하고 들어보는 것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사진의 스피커가 15만원이라고 오디오 중고장터에 떴습니다. 사진은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스피치와 같은 털많은 강아지를 목욕시키려고 물에 집어넣으면 바람빠진 것처럼 1/3로 축소되듯, 앞면의 그릴을 벗겨내면 직경이 10Cm(4") 밖에 안되는 볼품없는 풀레인지가 딸랑 하나 들어있을 뿐 입니다.

사지 말자, 참자, 스피커가 벌써 몇개냐 하다가 결국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스피커는 KLH 21라는 라디오에 연결해서 스테레오로 듣기 위한 스피커입니다. 따라서 2개 1조로 파는 것이 아니라, 1개씩 팔던 스피커입니다. 출력이 낮은 탁상용 라디오용이라 스피커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입력의 한계도 상당히 낮고, 결코 하이 피델리티를 지향한 제품은 아닙니다.

속는 셈치고 가져온 스피커를 앰프에 연결했습니다. 그랬더니, 상식을 초월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밀폐형 스피커에 소형 풀레인지이지만 소리의 박력은 놀랄만 했으며, 소리의 명료성  또한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저를 감탄하게 한 것은 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통에서 유닛을 꺼내보았더니 낱개로 팔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개 다 1966.9.19일이라고 날짜가 찍혀있습니다.

요즘은 시험하듯 스피커를 듣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인연으로 이 스피커가 48년동안 세상을 떠돌다가 제 손으로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오랫동안 간직하며 듣고 즐기고 싶습니다.

공자님께서는 젠틀맨이란 모름지기 시로 일어나고, 예로 서며, 음악으로 이룬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고 했습니다. 비록 제가 일어서지도, 똑바로 서 있지도, 이룬 것도 없지만, 음악을 즐긴다(樂於樂)고 크게 허물은 되지 않겠지요?

2014/07/21 14:09에 旅인...face
2014/07/21 14:09 2014/07/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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