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30 06:38 : 벌레먹은 하루

여름이다. 땀에 베개가 젖는다. 열대야에 켠 선풍기는 발등을 매만지고 나는 가면 속에 빠진다. 잠 속에 집 앞 도로로 라이트를 하얗게 켠 차들이 언덕을 올라와 다시 내려간다. 밤벌레는 밤을 갉아먹고, 남자 하나가 슬리퍼를 탈탈 끌며 불꺼진 골목길을 간다. 검은 골목 끝에는 하얀 얼굴을 한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사는 것이 땀에 찌든 여름밤의 열기같기도 하고, 잠든 골목을 울리는 슬리퍼 소리처럼 외롭기도 하지만, 불을 밝힌 편의점이 피곤할 리는 없다. 나의 잠은 온갖 세상의 소식들로 얼룩지고 몇번인가 자다 깨다를 반복한 끝에,

문득 일어났다. 어제인지 오늘인지를 헤아리기 위하여, 몇시간 간격으로 깨어났는지를 나누기 위하여, 밤 사이에 거실과 식탁이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어질러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시계를 본다. 4시 20분. 육신은 고달프지만 하루가 무르익기 시작할 무렵이다.

마른 장마의 아침에 우는 매미의 소리는 끝이 늘어지지 않고 짧다.

울어라! 매미야. 7년, 11년, 13년동안 굼벵이로 땅을 파먹다가, 매미가 되어 우는 것이야 겨우 한달이 채 못되거늘.
7월의 하늘이 깨져도 좋으니 울어라.

낮에는 발터 벤야민의 글을 읽었다. 졸지는 않았지만 정신은 모아지지 않았다.

"1900년 전후에 기술적 복제는 그것이 전승된 예술작품 전체를 대상으로 만들고 예술작품의 영향력에 심대한 변화를 끼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예술의 작업방식에서 독자적인 자리를 점유하게 될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사진과 영화가 예술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것들이 고전적 예술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묻고 싶다, 무엇이 예술이냐고?

7/28일에...

오전에 강변으로 나가니 구름과 하늘이 뒤섞여 도시는 나즈막했다. 강변을 따라 내륙풍이 한강하구 쪽으로 분다. 시원하다. 그리고 7월이 서서히 끝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요즘 도시에서 우는 매미는 밤매미인가 보다. 해가 뜰 무렵에는 맴맴대지만, 한낮에는 치르르하고 울기만 할 뿐, 맴맴하고 소리높혀 울지는 않는다.

매미가 울음을 멈춘다면 한 생애가 끝나는 것이겠지.

7/29일에...

2014/07/30 06:38에 旅인...face
2014/07/30 06:38 2014/07/3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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