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7 22:04 : 벌레먹은 하루

 

'우리'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나보다 너가 먼저 있었다는 사실, 네가 있음으로 해서 너와 다른 내가 분별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무섭게 했다. 가장 무서운 적은 가까이 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속내를 모른다. 멀리 있는 적은 뚜렷하고 적이 되어야 할 뚜렷한 이유와 거리와 방향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적이 될 수도 있는 너는, 피아로 갈라질 이유도, 거리도, 방향도 없다. 우리라는 내면으로 부터 폭발처럼 짜갈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과 단층은 적보다 날카롭고 더 야비할 것이다. 그것을 배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라는 믿음처럼 근거없는 믿음이 또 있을까? 우리 안의 나와 너는 별개이며, 우리로 감싸안기에는 너무 별개다. 너무 별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믿음과 의리와 같은 단어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남편은 아내 속에 들어있는 내력을,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부모는 자식들의 일상을, 자식들은 부모들의 뼈저림을,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온갖 허위와 알게 되면 짜릿할 수 밖에 없는 진실들을 알려고 하지 않고 단지 사랑이라는 것으로 얼버부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려고 하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온갖 괴물들을 우리는 애써외면하는 것이다. TV가 나온 후, 사람들은 더 이상 이웃과 만나지 않는다. 이웃의 애매모호한 표정 속에 간직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괴물성을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더 이상 이웃과 사귀지 않고, TV에 나오는 극명하고 추잡한 막장 드라마를 이웃으로 삼는 것이다. 이것이 너(You)의 실체라는 점이다. 너는 미지수 X이다.

2014/10/27 22:04에 旅인...face
2014/10/27 22:04 2014/10/2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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