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5 11:35 : 벌레먹은 하루

1. Habitual Live Syndrome

가끔 다른 사람들을 보면 지독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습관성생존증후군이다. 아무 이유가 없지만 여태까지 살아왔기 때문에 그냥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은 전염되고 한번 감염이 되면 불치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난치에 가깝다. 이 병은 아무 생각없이 사람을 살게 하지만, 간혹은 이 병에서 치유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습관적으로 무의미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이 우울을 낳고 극심한 경우 자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는 것에 습관화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우울이 덮쳐와 죽어버리는 것이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나도 습관성생존증후군이다. 아마도 그 병의 말기증상으로 죽을 것이다. 말기증상이란 '노환으로 밥숟가락을 놓는 것'이다. 아님 말고...

2. The Man From Nowhere

이 제목은 원빈이 나온 영화 '아저씨'의 영어 제목이다. '아저씨'의 개념을 너무나 적나나하게 표현하고 있다. 즉 "저 새끼는 어디서 나타난거야?"

이 곳 사람들은 이상하다. 괴팍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기괴함과 괴팍함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실존하는 개인이나 개성은 없을 지도 모른다. 아마 사회의 그럴듯한 조직에 속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나 개성을 구성하는 괴팍함과 기괴함을 넥타이로 꽉 졸라매고 스킨냄새로 킬링해야 되기 때문에, 술 쳐먹고 늦은 밤 골목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야 하는 한 개인의 필연적 정황에 둔감하고, 한푼 돈에 일희일비하는 인간들의 치사하고 치열한 속성들을 감춰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의 생활의 모서리들은 삶의 한계에 이르러 마모되고 구멍이 난 탓에 개인의 기괴함이 젠 체하는 자들의 이른 바 건전한 상식을 뒤덮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니까 몰상식하다는 이야기이다. 공자가 말한 교양이나 예의 염치라는 것(文)들이 바탕(천성: 質)을 제어하기 어려운 거친 상황(質勝文卽野)에 다다른 탓 인지도 모른다.

교양이 존재하기 어려운 상황, 그래서 사람들의 모습이 노골화되고 결국 이상하고 괴팍해지는 타자성이 범람하는 이 곳의 하루는 위태롭고 별나지만 그냥 지나간다. 그리고 겨울이 가는 것 같고 봄이 오는 것 같다.

나 또한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나 갈증을 교양이나 염치로 포장하고 젠 체하는 재수없는 상황(文勝質卽史)보다 다소 거칠지만 인간이 보이는 이런 상황이 나는 더 좋다.

2015/03/15 11:35에 旅인...face
2015/03/15 11:35 2015/03/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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