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3 09:04 : 벌레먹은 하루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추억하거나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니면 실명이 심해지면서 거의 글을 쓸 수 없었던 보르헤스처럼 입 속으로 자신의 환상을 계속 되새기며 하나의 짧은 소설을 연금해 내던가 말입니다.

해가 떠오를 즈음, 까마귀가 날아다녔지요. 플라터너스의 우듬지에 제비가 날아다니더니 전선 위에 새 한마리가 앉았습니다. 아주 못생기고 삐쩍 말랐지만, 아침의 새소리는 샘물 한 모금처럼 시원했습니다. 그러자 아스팔트 위로 노란 아침 햇살이 드리워지고, 그림자가 서쪽을 향하여 한없이 길어졌습니다. 그러자 환청처럼 여름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침을 맞이하며 인생이나 비극과 같은 것을 떠올리는 이 주책은 무엇인지? 그것보다는 제 삶의 무의미 속으로 흘러드는 풍경에 대하여 환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삶의 정점이라는 것은 그러한 때였죠. 종일 홀로 외딴 거리를 떠돌아 다녔고, 마침내 외로움과 피로가 구분조차 안되는 오후가 옵니다. 그래서 프라아티트 선착장 옆의 호텔로 돌아가 베란다의 난간에 턱을 걸치고 짜오프라야 강 건너편 삔까오 평야 위로 저녁이 오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식어가는 열대의 오후 속에서 어느 하루의 거친의 정점을 맞이했는데, 그 정점이란 텅비어서 광대하고 오히려 슬플 수 밖에 없었습니다.

生의 온갖 열기들이 삔까오 평야의 풍경과 어둠 속에 뒤섞여 그 정점 속으로 말려들어갔죠. 함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사랑이나 우정같은 것들이 빨려들어가며 제 생애가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이었어요. 함께 외로움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무의미에 당도하지만, 저는 이 무의미한 삶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왜나하면 누구도 저의 삶이 의미가 있다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개소리를 씨부릴 자격은 없기 때문입니다. 신이라고 하더라도...

무의미하기 때문에, 저는 저에게 할애된 이 지랄같은 나날들을 용납할 수 있었습니다. 의미가 있었다면, 타인의 모멸과 자신의 오욕을 감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무의미하기에 세상의 풍경을 육신의 내륙, 가슴뼈의 안쪽에 아로새기며 이 거친 세상을 버텨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지글거리던 낮의 열기가 잠잠해지고, 세나도 광장의 비둘기가 푸드득 날자, 하늘이 푸르다 못해 새까매지며 외딴 거리에 네온싸인이 켜졌지요. 네온싸인의 불빛이 광장 위의 포석을 물들이자, 제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외로움이라는 것을 마침내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한번도 외로움을 느껴보지 못한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습니까?

2015/06/13 09:04에 旅인...face
2015/06/13 09:04 2015/06/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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