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라는 것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은 빈 말이다, 노동이 명확하게 규정되기 까지는 말이다.
노동은 누구나 말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만큼 노동은 복합적이고 현실적이면서도 이념 앞에 굴종적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부딪히고 있는 현실의 문제인 것이다.

노동이 육체적인 용력과 땀, 혹은 치열한 정신작용을 통하여 소득이라는 결실을 찾아내지 못하고 후기 산업사회의 분업 속에서 가시적인 완성품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자신의 노동이 표본화된 규정과 질서 속에서 부품화되어갈 때, 노동은 정치적인 것으로 타락한다.
정치적인 것이란 의미는 나의 노동이 지향하는 것이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최종 소비자의 만족과 효용의 극대화 쪽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윗사람의 만족도를 증진시킨다는 눈치에 많은 노동력이 투여되고, 그만큼 나는 비루해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루함은 창진적인 생산력을 저하하고, 實辭가 아닌 虛辭의 폭력에 종속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의 그 지배력은 단순한 육체에 머물지 않고 인격에 까지 확대된다.
프로가 되라, 근성을 가져라, 전략적 사고를 지녀라, 저돌적이어라, 자율경영을 하라, 책임감을 가져라 등등. 그러나 이러한 단어는 무슨 수를 써서든지 돈을 많이 벌어라 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전혀 무시된, 노동이 아닌 단창필마로 무수한 적들과 싸우라는 독전일 뿐이다. 그래서 외침의 소리가 높고 깡마르다 하여도 무시된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허사의 폭력과 독전을 해댄다.
우리는 피를 흘리고 주주들은 돈을 번다라는 이 냉엄한 허사 앞에서 우리는 실사로 버틸 수 없기에 정치적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노동의 조건은 개선되어도 스트레스는 비등한다.

그러나 세상에 순수한 노동은 없다. 그것은 삶이 고해를 넘는 것과 같이 그 궤를 함께 할 뿐이다. 그것은 이념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밥이라는 견고한 하부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밥에 이념의 침을 뱉는다는 것은 나쁜 일이겠으나, 역사는 이 밥에 끊임없이 저주와 독설을 내뱉곤 했다. 노동이 신성할 수 없고 비루하다 하여도, 밥은 숭고하다.

나는 밥을 위하여 오늘 이 곳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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