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6 09:52 : 벌레먹은 하루

그런 날이 있다. 내일에는 남도를 여행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 벌써 일주일 넘도록 보지 않은 하늘이었다. 겨울이 끝났고, 들 저쪽에는 전철이 가속을 시작하고 있다. 이토록 세상이 나와 무관하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새벽에는 비가 내렸을 것이고, 낮은 곳에 고인 하늘이 우묵하다.

나의 임무는 묵묵히 들 저쪽을 바라보는 것이었지만, 때로 조르조 아감벤의 신학에 대하여... 차마 죽지 못하였거나 살지 못한 처참에 대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곳은 저지대, 때론 물새들이 날았다. 아침 8시 23분, 저공비행을 하는 새의 깃털 사이로 스치는 고요.

이토록 평화스럽다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낮은 땅에 고인 하늘이 우묵하다. 거기의 그 날에는 아무런 잠언없이 전신주 하나가 봄바람에 흔들렸다.

2016/03/06 09:52에 旅인...face
2016/03/06 09:52 2016/03/0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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