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8 18:44 : 찻집의 오후는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긏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꽃잎이 집니다. 지다 못해 빗물과 함께 흘러내립니다. 벚꽃은 들과 길 위로 흐트러집니다. 아스팔트는 가로등불 아래 연분홍으로 젖었지요. 막 시작한 봄이 벌써 가려는지 라디오에선 야상곡이 흘러나왔고, 저의 마음도 빗소리에 젖었습니다.

저의 초라한 이 곳 생활도 끝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들 저편의 미루나무에 잎이 좀더 무성해지고, 대지 위를 흘러가는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하루가 끝나는 시간에 묵념처럼 기나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리라는 서글픔 같은 것이 저를 압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4월 17일, 06시 30분. 비가 그치고 낮은 구름 사이로 손바닥 만한 하늘이 보입니다. 잊고 있었던 어린 날의 하늘색입니다. 산과 구릉이 손에 닿을 것 같아서 들이 조붓해 보입니다.

들을 바라보며 춘향이 옥중에서 몽룡을 그리워하며 부르던 '쑥대머리'를 박애리의 노래로 듣습니다.

 

 

 

 

쑥대머리 가사 펴기..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손가락 피를 내어 사정으로 님을 찾아볼까 간장
의 썩은 눈물로 님의 화상을 그려볼까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취고저 전전
반측 잠 못 이뤄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내가 만일 님 못 본채 옥중고
혼이 되거들면 무덤 앞이 섯난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오 무덤 근처 선 나무는 상사목
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으란 말이냐 쑥대
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쑥대
머리
내가 만일 님 못본 채 옥중고혼이 되거들면 무덤
앞이 섯난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오 무덤 근처 선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니 생전
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으란 말이냐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여 생각나는 것은 님 뿐이
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쑥대머리

<오지총 곡, 박애리 노래>

쑥대머리, 귀신 얼굴, 적막옥방 혼자 앉아 생각느니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우리 낭군 보고 지고. 오리정 이별 후에 일자서 없었으니 부모봉양 글 공부에 겨를 없어 그러한가. 연이신혼(宴爾新婚) 금슬우지(琴瑟友之) 나를 잊고 그러한지. 무산신녀 구름되어 날아가서 보고지고. 계궁항아(桂宮恒娥) 추월같이 번뜻 돋아 비치고저. 막왕막래(莫往莫來) 막혔으니 앵무서(鸚鵡書)를 어찌 보며,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드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내 사정을 편지할까, 간장(肝腸)의 썩은 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 볼까. 이화일지춘대우(梨花一枝春帶雨)에 내 눈물을 뿌렸으면, 야우문령단장성(夜雨聞鈴斷腸聲)에 임도 나를 생각할까. 녹수 부용에 연 캐는 정부(征夫)들과 제롱 망태기에 엽뽕따는 잠부(蠶婦)들은 낭군 생각 일반이나 나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연 캐고 뽕 따겠나. 임을 다시 못 뵈옵고 옥중 장혼(戕魂) 죽게되면 무덤 앞에 돋는 나무 상사수(相思樹)가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 뉘 있으리. 애고 애고 설운지고.

<춘향가 성두본 중>

 

 

 

 

이런 슬픔이, 이런 사랑이 어딨는지 흐린 아침이 점차 맑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오후면 밤새 내린 비도 햇볕에 마르고 들에는 바람이 불 것 입니다. 그러면 슬픔이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도 다 잊혀지고 오후의 긴 그림자가 들 위로 내려설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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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18:44에 旅인...face
2016/04/18 18:44 2016/04/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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