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7 14:54 : 황홀한 밥그릇

10월 25일 오후 3시 43분,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들었다. 90초에 불과한 이 발표를 듣자, 뒷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다. 다시 한 90초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머릿 속의 멍함이 사라진 후, 나는 "끝났다"며 허공을 향해 굳게 쥔 주먹을 흔들어댄다. 끝났다는 것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1979년 10월 27일 별이 빛나는 밤이 끝나고, 라디오에서 "여기는 HLKV-SFM, MBC 표준 FM방송 입니다. 늦은 시각까지 청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는 멘트와 함께 치이이~하고 통행금지의 심야로 미끌어지던 시각인 새벽 2시경, 문득 잠에서 깨어난 나는 라디오를 틀었다. 한동안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온 후,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위독하시며 지금 수도 육군통합병원에서..." 라는 소식이 토해져 나왔다. 나는 드디어 "죽었다"며 환호의 주먹을 내밀었고, 그가 더 이상 살아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뚜렷하게 알았다.

오후 3시 43분에 있었던 대통령의 사과문은 다음 구절로 요약된다.

아시다시피 선거 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 받은 적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나는 혼이 나간 듯 멍해졌다가, "끝났다"라는 강력한 우주의 기운을 느끼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와 박근혜 정부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빠져들게 된 것일까?

이런 경우와 같은 것은 아닐까?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알게 된다. 그래서 남편은 누구와, 어디에서, 몇번이나 자지 않았냐고 묻는다. 남편은 확신을 갖고(객관적인 증거도 있다) 묻지만, 아내는 끝끝내 부인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퇴근한 남편에게 아내가 말한다.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1년전 쯤 아무개랑 K 호텔에서 딱 두번 잔 적이 있어요."

이 선언의 이전과 이후의 양태는 다르다. 이전의 남편은 아내가 제발 바람을 안피웠기를 바라며 아내에게 추궁하거나, 뭐라도 변명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아니면 내연의 남자와의 관계를 청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언의 이후의 양태는 다르다. 더 이상 남편의 바램은 충족될 수 없다. 대신 "나랑 살꺼예요, 말꺼예요?"라는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박근혜, 그녀는 사과를 한 것이 아니라, "그래요, 당신들이 묻는 게 맞아요. 자 이제 절 어쩌실 꺼에요"라고 가혹하게 되물었던 것이다.

이후 우리는 더 이상 그녀를 용서할 수 없게 되었고, 환갑이 지났음에도 리프팅인지 미용성형으로 주름한 점 없는 그녀의 얼굴 뒤에 도사리고 있을 추악함과 뻔뻔함에 욕지기가 치밀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지금 퇴진을 요구하는 사태의 전말이다.

2016/11/27 14:54에 旅인...face
2016/11/27 14:54 2016/1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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