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6 19:44 : 무너진 도서관에서

風人 : 바람둥이

 

바람이 분다. 가을이다. 귀가 맑은 바람을 얻게 되면 소리가 된다1고 시인은 말한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민중의 소리를 바람(風)이라고 했다.

風은 악보나 글로 묶어둘 수 없는 바람과 같은 노래였다. 지은이를 알 수 없고, 바람에 풀이 눕듯 들과 고을, 저자거리로 번져갔다.

시인은 시를 짓고, 소리를 글자로 붙들어매는 자다. 풍인은 바람의 소리를 먼 곳의 고을과 장터로 실어나르는 자다. 하여 가락을 농락하고, 노랫말은 외웠을 것이나, 악보는 없었고, 글도 알지 못했다. 산과 강과 들을 지나 또 다른 마을로 건너갈 때, 지나 온 마을에서 배운 노래 속으로 풍경이 스미고, 석양과 밥 짖는 냄새, 민초들의 찌그러진 생활과 함께 허기진 자신의 신세가 비벼졌을 것이다.

그가 바람을 노래할 때, 가락은 듣는 자들의 정한(情恨)에 따라 째즈처럼 흐트러졌을 것이며, 노랫말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덧붙여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먼 곳의 소식은 이 곳으로, 이 고을의 노래는 바람이 되어 다시 강 건너의 들로 산으로 번져갔을 것이다.

풍인이란 문둥병 환자, 또는 시부에 능하거나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바람둥이' 또는 '나그네'가 아닐까?

바람둥이는 '여러 이성과 사귀며 들뜬 짓을 하는 사람'이라는 현재의 뜻보다, 바람처럼 떠도는 '바람의 아이', 즉 나그네를 뜻했던 것은 아닐까?

한 술 밥과 한 잔 술에 노래를 부르고 춤추었을 것이다. 가족과 일상에 끄달리지 아니하고, 베짱이처럼 노래하고 떠돌아다니니 풍류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이 부르던 노래는 바람따라 오고 가며 떠돌다가, 한숨처럼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공자가 살아남은 노래를 모아 詩를 만든다.2 그 후 바람(風)은 詩가 된다. 한참 지난 후, 사(詞)가 나온다. 노래의 가사로 태어났다고 하여 곡자사(曲子詞)라고도 한다. 宋詞란 송나라 때 유행하던 가락에 붙여졌던 노랫말이다. 개봉(開封)과 강남(江南)의 기루나 선술집 그리고 규방에서 불려지던 노래들이나, 그만 가락은 세월에 씻겨져버리고 노랫말 만 앙금처럼 남는다.

가을 바람처럼 슬픈 이야기다.

  1.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강 위의 맑은 바람과 동산 사이의 밝은 달만, 귀가 얻으면 소리가 되고, 눈이 마주하면 풍경을 이룬다)[赤壁賦 중:蘇東坡] [Back]
  2. 故孔子采萬國之風,正雅頌之名,集而謂之詩.(그래서 공자께서 방방곡곡의 민요를 모으고, 연회와 제식의 곡명을 바로하고 모으니, 이를 詩라 한다)[三都賦序:皇甫謐]
    311편의 고대 민요를 '풍(風)', '아(雅)', '송(頌)'의 3부로 나누어서 편집하였는데, 風은 여러 지역에서 수집된 160개의 민요며, 雅는 연석(宴席)의 노래 105편이다. 주나라 조정에서 불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頌 40편은 왕조와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의 노래라고 여겨진다. 6편은 제명만 있고 가사가 없다. [Back]
2018/09/16 19:44에 旅인...face
2018/09/16 19:44 2018/09/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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