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5 18:31 : 그리고 낯선 어느 곳에

아침

이곳의 아침을 바라보면 우리의 아침이 늦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동경 135도에 맞춰져 있는 서울의 아침은 늘 30분 쯤 어긋나 있다. 서울에서 일출은 30분 쯤 늦게 시작하고 일몰 또한 30분 쯤 늦는다. 그래서 서울에서 사는 나에게 아침은 느리게 오고 저녁은 몹시 더딘 것 같다.

평야지대에서 바라보는 아침은 솔직하다. 산과 건물들에 둘러싸인 서울처럼 밝아질 대로 다 밝아진 이후 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해의 떠오름과 함께 세상도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한다.

골프

아내와 나의 실력은 형편없다. 그래도 이곳에서 느긋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햇빛이 강렬해서 휴가 끝난 후 회사 나가기가 무안할 정도로 새까맣게 타버렸다.

오리엔탈 타이 항공

캄보디아에서 항공기가 추락한 이후, 아내는 이 항공기의 좌석을 취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항공사의 좌석을 얻을 수 없다는 것과 그래도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가 보잉747이라는 설명 때문에 이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비행기의 동체와 날개는 기름자국과 먼지로 얼룩져 있어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심이 갔다. 탑승을 하자 비행기 안에서 냄새가 났다. 올 때는 모기가 있었다. 제공되는 모포의 비닐을 뜯고 제대로 빨았는지 냄새를 맡아보고서야 덮고 잘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문제는 스튜어디스였다.

경멸을 친절로 포장하고 손님을 대하는 것이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지, 경멸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더욱 그렇다는 것을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 만큼 추한 용모를 한 스튜어디스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복장은 흐트러져 있고, 머리는 부수수하며, 화장은 오히려 자신들의 추한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었다. 손님들 앞에서는 턱을 치켜들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는 웃었다. 또 영어라곤 전혀 모르는 한국의 노인들 앞에서 의미야 통하던 말던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대하게 지껄이는 스튜어디스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가격이 싸다고 탈 것이 못되는 비행기이다.

돈쓰기

아내와 나를 행복하게 한 것은 돈을 쓰는 것이었다. 우리는 태국음식을 예전부터 좋아했다. 짐 톰슨 하우스와 같이 멋진 곳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팟팍붕파이댕(남방미나리를 젖국에 튀긴 음식)과 팟타이(볶음국수)와 톰얍쿵(맵고 신 태국수프) 그리고 맨밥 두 그릇, 땡모빤(수박샤베트), 싱하맥주, 이렇게 먹는데 740바트(22,200워)이다. 그래서 우리는 근사한 음식점만 들어갔다. 수키(태국식 샤브샤브)도 MK Suki에서 둘이 600바트(18,000원)를 주니 좀 남을 정도다.

태국식 마사지는 비록 변두리이지만 근사한 곳에서 두시간에 인당 300바트(9,000원)이고, 카오산 거리에서 발마사지가 한시간에 인당 220바트(6,600원)다.

마음에 드는 청바지가 있어서 한 벌을 샀는데, 390바트(11,700원)다. 여벌로 한 벌을 더 사려고 했지만,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아내는 카오산 거리에서 높이 33Cm짜리 피리부는 목각인형을 샀는 데, 2,800바트를 달라고 하는 것을 깎아 1,500바트(45,000원)에 사고 난 후, 몹시 신나했다. 그 거리에서 양복을 한 벌 맞추는데, 4,000바트(120,000원)이라고 한다.

이러니 돈을 쓰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는 곳이다.

방콕

방콕은 짜끄리 왕조의 첫 번째 왕인 라마 1세에 의해 1782년 수도로 정해졌다고 한다. 방콕의 서편을 흐르는 챠오푸리야 강으로 나가보면 광활한 평야지대를 지난 누런 강물은 흐르기 보다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는 듯 물은 강둑까지 부풀어 올라있고, 강의 허리 허리로 수로들이 벗어있다. 그 수로들 또한 흐르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밤에 챠오푸리야로 나가 디너 크루즈를 탔다. 강변으로 사원들과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어둠 속에 졸고 있었고, 건물과 불빛이 강물 위로 인상파 거장들의 그림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방콕은 낡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뒷골목에 놓인 세라톤 호텔 등이 짬뽕이 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허물어져가는 건물들 사이에 놓여 있음에도 객실은 아주 잘 관리되어 아늑한 호텔이었다. 이런 구획지어지지 않은 도시의 모습과 길거리의 노점들은 도시를 지저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가 본 사원은 시멘트와 타일로 꾸며져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았다. 위파사나 수행을 하는 황색가사의 탁발승들이 가득한 수도원의 모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다음번으로

아무래도 태국에는 다음에 또 가야만 할 것 같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아쉬운 것이 많은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2007/07/15 18:31에 旅인...face
2007/07/15 18:31 2007/07/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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