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즈의 시선

The Gaze Of Odysseus:

나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글은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과연 글이란 어떤 것일까? 를 끝없이 묻게 한다. – 여인 –

그 부두에 섰을 때 떠나가고 있었지. 많은 날이 그러했어. 몇번을 다시 물었지만 하늘가로 갈매기만 날았지. 살아서는 희망이었고 죽어서는 슬픈 이름이 되는 날들이 가고 있었어.

그 때야 비로소 알았어. 눈물은 갈수 없는 곳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부둣가를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성거리며 보고 있었어.

나는 거꾸로 유배된 망명지를 거슬러 찾아가고 있었지. 테오(Theo Angelopoulos)의 말처럼 그의 이름이 시작이며 최초의 시선인 A였으나 나는 흐려질 때로 흐려진 Z를 껴안고 아직 현상되지 않은 묻혀진 기억을 찾아나섰지. 그래, 지금 사는 이 풍요의 땅은 너무나 볼 것이 많아. 그래, 돌아가는 곳마다, 서 있는 곳마다 휴지통이 놓여있어. 빠르게 보고 빠르게 버려야지. 그래서 어느 땐 놓여있는 것 조차 죄악이야. 추함은 미관에서 온다. 그렇게 부르더군. 어둠이 찾아오면 잠들지 못하지. 나 역시 몇몇이 화장을 하는 사이를 서성거렸어. 어느 날 풀들이 이사를 갔지. 뒤 이어 새들도 떠나갔어. 가끔 비둘기처럼 평화를 키우지만 그 놈들 배설할 곳조차 지워졌지. 가슴의 개울에 물이 흐른 지 오래야.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간신히 살아남아 있어.

스타라플라니나 산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어. 어쩜 짚시처럼 떠도는 것인지도 몰라. 거기에는 오르페우스를 기다리는 택시운전사가 있었지. 외르트비즈. 사나운 기억들은 높은 봉우리를 이루며 낮은 길들을 감춰. 망각은 그러한 길들을 지우며 커다란 강을 만들곤 해. 조각난 기억들을 꽤 맞추며 거꾸로 난 길을 데려다 줬지. 발칸에 이르자 그는 말했어. 혼자 가는 길이라고. 나즉히 속삭였어. 눈을 밟지 말라고.

마나키아 박물관에는 지난 날들이 보관되어 있었어. 뽑아든 색인표에 사랑은 욕망이라 씌여 있었지. 다시 찾아간 그 자리에 사랑은 가방을 든 채 울고 있었어. 여전히 창밖엔 때 늦은 후회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어. 복도에서 만난 신문기자는 지난 날을 뒤적이더니 당신이 찾는 기억은 팔렸다고 그러더군.

부카레스트로 가는 길에 검문이 있었지. 살았던 날들이 주장일 때가 있었어. 내가 살았으므로 진리라 여겼지. 그러나 아는 것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 줄은 몰랐어. 국경을 넘어가며 청춘은 금지된 것들 위에서 피어난다 중얼거렸었지. 강을 따라가며 내게서 쫓겨간 것들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가라앉는 것을 보았어. 몇발의 총성, 새들이 떨어져 내렸던거야. 새벽녁 풀들의 수근거림이 그 이후로 들리지 않았어. 저 시간의 강물, 어디엔가 묻혀 있겠지.

사라예보에서 사라진 시선의 수집가인 이보레비를 만났어. 그녀에게 시선을 가둬둘 권리가 없다고 말했지. 그녀는 아직 현상되지 않은 기억을 내주며 강변으로 날 데려갔어. 거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안개가 자욱했어. 누군가 안개속에서 나에게 가만히 다가와 속삭였어.

안개 낀 날은 축제가 벌어져요. 저격수들의 총구가 사람을 쓰러뜨리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래전에 이미 나는 방아쇠를 당긴 뒤였어.

테오는 발칸을 여행하면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어. 그저 앞으로만 가라고 했지. 외르트비즈 역시 눈길을 밟고 가지 말라고 했어. 그러나 흔적은 삶의 이름이지. 눈물은 갈수 없는 곳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테오의 말처럼 눈물은 나의 시작이 나의 끝에서 일어나게 해주는 지도 몰라.


율리시즈의 시선 (Vlemma tou Odyssea, To (1995)
Directed by Theo Angelopou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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