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5 11:58 : 그리고 낯선 어느 곳에

떡국(T6)

출장 삼일째, 일요일, 그리고 구정. 신 새벽에 일어나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날이 밝자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던 까마귀들이 아직 찬 어둠이 깔린 아침 하늘을 까악 까악 난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떡국을 끓여준다. 멸치를 다신 국물이 아니라, 떡과 국물이 따로 논다. 싱겁다. 하지만 이국땅에서 떡국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것은 다행 아닌가?

고소공포증(T-E)

고객을 방문하고 이스파한(Esfahan)으로 가기 위하여 시내의 공항(Mehrabad Int'l Airport: 국제공항이나 이제는 국내선 전용처럼 변함)으로 갔다. 공항 안은 마치 우리의 시골 버스 터미널 같이 번잡스러웠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를 때, 다시 고소공포증이 엄습했다.

4년전 부산에서 비행기로 서울로 올라오던 중 기상악화로 5번인가 에어포켓에 빠진 적이 있는 데, 그 에어포켓의 크기는 전에 경험했던 것에 비하여 엄청나게 컸다. 첫 번째의 에어포켓에 빠졌을 때, 아쭈 꽤 큰데! 하는 식이었으나, 두 번, 세 번 계속되자 소리를 쳐 대던 여승객 하나는 실신을 했는지 조용해졌고, 매번의 경험은 추락의 두려움을 증폭시켜나갔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통제를 하려고 해도 죽음의 공포가 다가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간신히 김포에 내렸을 때, 직원이 “어떻게 부장님은 그렇게 태연하게 앉아 계실 수가 있습니까? 저는 막 소리를 질렀는데요.”하고 물었다. “하도 이를 꽉 깨물어서 나는 어금니가 아파 죽겠다.”라고 나는 대답했다.

그 후 1년 동안 웬만하면 비행기를 타질 않았다. 그리고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났지만 간혹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이상한 것은 국제선을 타면 아무렇지도 않은 데, 국내선을 타면 간혹 고소공포증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륙할 때의 두려움은 어쩌면 높낮이가 없는 광활한 고원에 연결된 테헤란 시내를 보면서 어지러움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산이라도 있으면 떨어져 내리는 높이가 조금은 낮아지리라는 어리석은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의 창으로 내려다 보는 대지의 모습이 너무도 뚜렷하여, 무거운 동체를 지닌 비행기가 이렇게 높이 날고 있다는 것을 땅과 비행기의 고도 사이에 질량을 지닌 공기가 채우고 있고 양력에 의하여 비행기가 떨어지지 않고 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은 물리법칙을 나의 감각은 수용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남쪽 이스파한으로 비행기가 내려가면서, 나는 갈색의 대지를 보았다. 며칠 전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 대지는 먼지의 색깔, 황갈색이었을 지도 모른다. 멀리 서쪽으로 자그로스 산맥의 연봉들이 언뜻 언뜻 보였지만, 대지는 광활한 평지이고 빗물이 흐르다 그만 사라져 버린 자국들이 보였다. 때때로 염분들이 대지 위에 하얗게 말라붙어 있는 자국들이 보였다.

갈색의 대지가 황갈색으로 변하는 그곳에 이스파한이 있었고, 비행기는 건조한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시야(E1)

이스파한에서 모오체크호트(Morchekhort) 공업단지로 북상하는 길에서 보는 사물의 크기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투명한 공기와 평원은 거리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풍경은 너무 단순하여 저것의 크기를 재어볼 이것이 없다.

단지 황무지와 하늘, 그리고 소실되어가는 도로 뿐이다. 때론 녹색의 이정표가 있다.

그래서 눈 앞에 보인 산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결국 약간 큰 돌무더기이거나 흙더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스파한의 정원(E2)

이곳에서 정원을 만나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이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며칠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는 황무지 위를 배회한 끝에 초라한 수풀과 드믄 인적을 발견한 뒤, 숲과 인적이 점차 한곳을 향하여 몰려드는 곳으로 가면 그 중심점에서 우리는 그 정원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백색의 페르시아 정원은 꿈처럼 극명하게 아름다운 것이다.

2007/02/25 11:58에 旅인...face
2007/02/25 11:58 2007/02/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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