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아무래도 좀 치사해

출장가기 전에 한글자 올리고 가기로 했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아들 놈이 점심을 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 놈은 항상 그 놈의 짱구를 굴리기 때문에 좀 주의를 해야 한다. 전에 메가박스에서 <반지의 제왕>표를 사와서 폼을 잡으며 우리더러 보러가라고 했다. 마누라와 나는 코엑스 지하주차장을 삼십분 가량 헤매다가 간신히 주차를 하고 <주차료 할인>을 받은 다음, 영화를 다보고 난 후, 주차비를 계산했더니 물경 <만육천원!>

집에 와서 녀석에게 집 근처의 영화관도 우리는 만족하는 데, 왜 굳이 메가박스의 표를 예매했느냐 했더니, 좋은 영화관도 한번 가보셔야죠 할 줄 알았는 데 녀석은 똑 떨어지게,
“포인트 적립해야 하잖아요. 몇번만 더 보면 영화 한편 떨어져요.”

놈이 우리한테 표를 사준 것은 완존 <또랑치고 가재잡고 식>의 <인심도 쓰고 포인트 적립도 하고> 였던 것이다. 그래도 효도랍시고, <만육천원>이 아깝긴 커녕 허허 좋기만 했다.

“점심은 어디에서 하려고 하는 데?”
“아웃백이요!”
“아웃백? 거기 캥거루 고기집 아니냐?”

딸내미가 히히 웃으며, “아빤! 무슨 캥거루 고기?”냐고 그러길래,

“너는 카네이션 어쨌냐?”

마누라와 나는 치사하지만 챙길 것은 악착같이 챙겨야 놈들이 길들고, 우리가 늙어도 받아 먹을 것은 받아먹을 것이라는 것을 놈들의 뇌리에 각인을 시켜놔야 한다고 꼭 챙긴다.

“응! 안 그래도 교회에 갔더니 공짜루 주던 데 안받아왔어.”
“왜 안받아왔는 데?”
“아무래도 공짠데 나도 양심이 있지 그것 주기가 쫌~”

여기까지는 그래도 나았다.

“그 대신 아웃백가는 데 나도 돈내기로 했어.”
“얼마나?”
“이마넌!”

가죽고리 딸내미로서는 엄청난 돈이었다.

“우린 설렁탕이나 한그릇 사주면 된다.”
“안돼요. 꼭 가야 해요.” 아들놈이 말했다.

아들놈이 짱구 굴리는 데 도통한 나로써는 녀석은 내 관심법에 들어와 있는 지라,

“아웃백 한번도 안가봐서 이번 기회에 가보자는 것이겠지?”

놈은 히히하며,

“그래도 맛있잖아요.”하고 학원으로 떠나며 “두시예요!”라고 말했다.

이미 라면을 하나 끓여먹은 터라 두시면 너무 멀었고, 또 다섯시에 장모님과 저녁을 하러 처가집에 가야 했다.

한시 반경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 놈이 엄마와 옥신각신한다.

“돈까지 꿔 줘 가며 너희한테 밥 얻어먹고 싶지는 않다.”

하여튼 우리는 가기로 했고, 추리닝 바람으로 나서는 나에게 딸내미는 창피하게 그 꼴이 뭐냐고 한다. 허참! 꼴란 점심 하나 얻어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하며 차를 몰고 아웃백으로 갔다.

한 십오분인가를 기다렸다가 자리를 잡자, 아들녀석은 우리에게 메뉴판도 안보여주고 지멋대로 주문을 한 뒤, 메뉴판을 탁 덮어 종업원에게 넘겼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오만원>을 좀 넘는 것 같다. 그러면 동생한테 <이만원>을 갹출하고, 엄마한테 <삼만원>을 빌렸으면, 이 짜아식이 딸랑 <만원>가지고 외상 인심을 팍팍 쓴다는 것인데…

녀석은 인터넷에서 뭔가를 출력해가지고 와서 <어버이날> 기념 아이스크림 케익을 달라고 한다. 알뜰도 하지.

아웃백의 보리빵이 맛있었다. 고기도 그런대로 괜찮아
“아무튼 캥거루 고기 맛있다”고 하니까
딸내미는 “아빤 꼭 그러더라. 맛없게.”
“너 내 심술 알지?”하고 말했다.

계산은 <오만팔천원>인가 나왔는 데, 뱃속이 더부룩하고 많이 남긴 걸 보니 꽤 푸짐한 셈이다.

담배를 피우려고 밖에 먼저 나왔더니, 아들 놈이 투덜거리며 나온다.

“옆에 있던 그 뚱뚱한 여자애들 있잖아요? 네명이 아까부터 한참 먹었는 데 이만팔천원 밖에 안나왔어요. 에이~ 우리도 2인분만 시킬 껄.”

짜아식이 지 엄마 아빠 맛있었는지는 완전 뒷전이고, 먹을 것 다 먹었다고 본전 생각난다는 투였다.

차를 몰고 오면서 왜 우리집 식구들은 왜 이렇게 돈 계산에 빠삭할 까? 그리고 배는 불러죽겠는 데 라면국물을 마시면 얼큰하리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 어버이날 뻐근하게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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