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4 02:42 : 그리고 낯선 어느 곳에

테헤란(T3)

테헤란을 뭘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이 곳의 풍경을 보며, 살아왔던 곳과의 유사성이나 우리의 몇 년대와 비슷한가를 끊임없이 찾았다.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차이점 밖에 없으나, 그 차이를 명료하게 표현할 언어란 늘 부족하다.

우리의 삶이란 늘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로 표현되기에, 일상성이란 지루한 것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언어를 갖지 못하기에 또 다른 일상성에 매어져 버리는 것이다.

도시는 구름에 뒤덮혀 있었고, 11월말 같았다.

도시의 곳곳에 차량들이 넘쳐나고, 차량의 배기가스가 냄새가 가득했지만, 공기는 맑고 상냥했다. 공기 속의 습기가 있지만, 그 습기는 이슬이나 수분처럼 응결되어 있어서 눅눅하지는 않다.

테헤란 초입의 먼지색의 담과 건물들은 중심으로 들어서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도심은 오랫동안 손이 가지 않아 타일이 떨어지고 배관이 녹슬은 건물처럼 퇴락해 있었다. 그래서 도시는 무너지는 것들을 아무 것이나 집어 공군 것 같아 아슬해 보였다.

결국 테헤란을 규정한다면, 그것은 빛이거나 광채일 것만 같다.

도시의 북쪽으로 알보쥐(Alborz: 하얀산)가 보였다. 산은 눈과 구름에 뒤덮혀 있다. 도시의 남쪽으로부터 흘러들어온 빛을 받아 산은 은은한 광채를 발했다. 빛을 받은 산은 도시를 둘러싼 구름과 안개 때문에 신기루처럼 보이기도 때론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오후 다섯시가 되자, 알보쥐로 부터 남쪽을 향하여 내려앉는 도시 테헤란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지만, 광야를 따라 서쪽으로 지는 빛이 진군해 왔고, 남쪽으로 열려진 골목을 점령하더니, 드디어 도시의 벽과 건물, 대지들 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시가 은은한 광채를 발하며, 저녁을 맞이한다.

나는 페르시아 사람들의 오래된 신인 아후라 마즈다, 광명신을 떠올렸다.

페르시아의 만찬(T4)

그들은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는다. 거래처와 늦은 미팅을 갖고 난 뒤, 8시 반경에 식당에 들었더니 자리가 많았다. 이미 저녁 때가 지난 줄 알았다. 그러나 9시가 넘자 손님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더니 10시쯤 되자 식당은 꽉 찼다.이란은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이야기할 때면, 이야기할 꺼리가 없다고 한다. 이란 출장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가서 케밥(고치구이)을 먹더라도 양고기보다는 치킨을 선택하라고 했다. 그러나 거래선에서는 양고기를 먹으라고 권했다. 양고기 케밥에선 걱정한 만큼 냄새가 나지 않았고, 채소는 싱싱했다. 쌀밥의 쌀은 실처럼 가늘고 숟가락으로 뜨면 모래알처럼 쏟아져 내렸다. 요구르트는 달지 않고 시기만 했다. 그들은 밀전병을 요구르트에 찍어먹었다. 올리브 열매는 상큼하다.

그들의 밥상은 소박하다. 밀전병과 케밥, 쌀밥 그것으로 끝이다.

게스트 하우스(T5)

호메이니의 혁명 이후 종교적 금욕주의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서비스산업이 위축되어 테헤란의 호텔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라는 소문 때문에 한국인 아주머니가 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들었다.고객을 방문하기 직전, 짐을 풀고 점심을 하기 위해 들린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고기와 향료가 불에 누른 냄새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TV에서는 지지거리며 단 두 개의 공영방송이 방영되고 있었는 데, 한 곳에서 <대장금>을 방영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다시 숙소에 들었더니 예의 누린내가 났다. 그 냄새는 역겹고 내가 이방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나는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았다. 단지 피로했고, 밤이 이슥했을 뿐이다.

세수를 하고 나니 수건에서 쉰내가 났다. 얼굴을 닦고 불을 끈 후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는 먼 길을 달려와 이 곳에서 자고 간 많은 사람들의 땀 냄새가 얼룩져 있었다.

2007/02/24 02:42에 旅인...face
2007/02/24 02:42 2007/02/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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