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2 14:43 : 벌레먹은 하루

브라인드를 거둔 사무실 창 밖의 거리는 명료하다. 눈부신 햇빛을 부시며 차들은 도로를 질주하고, 하늘은 땅 아래로 좀더 내려온 듯 넓다. 이런 가을날, 투명한 햇빛 아래 언덕배기의 좁다란 골목을 따라 올망졸망 서있는 낡은 집과 연립들 사이로, 아슬하게 자라나 아직도 푸른 잎새를 드리우고 있는 포플라 나무들을 보면, 불현듯 사는 것이 싱겁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싱거운 기분이 드는 것은, 하늘이 더욱 커지고 대지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경쾌한 햇빛과 옷깃을 파고드는 마르고 가벼운 공기들 탓이다. 세상이 짜거나 맵고 또 쓰지 않고 단지 싱겁다는 것은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이 싱거움 탓에 가을이면 외로움을 타는 지도 모른다.

블라인드를 올린 창가에 앉은 나에게 일이란 가족들의 밥그릇이어서 무겁기도 하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가을이 스쳐지는 것을, 그 공기의 가벼움과 들떴던 여름이 먼지로 가라앉는 모습과 하늘의 색깔이 서서히 변해서 마침내 저물어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방과 후 골목으로 번져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어느 집 창 밖으로 새어나오는 밥 짓는 냄새, 그런 모든 것들을 느끼고 싶다.

2006/10/12 14:43에 旅인...face
2006/10/12 14:43 2006/10/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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