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되기

문명의 끝에 사람이 도달했을 때, 결국 사물이 되어버리고 만 정당한 증거가 여기 있다.

위의 여자는 결국 이미지에 종속되고 사물로서 사람 앞에 빛과 그림자의 미소한 분말로 변질되었다. 그래서 얼굴에는 생명체 특히 인간이 가져야 할 내적인 역사의 껍질이 허물처럼 내려앉았고, 눈은 그만 혼을 상실했으며, 보기 위한 눈이 아니라 그저 보여지기 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는 바비 인형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듯 이 여인의 모가지를 꺾을 수 있을 것 같고, 간단하게 그녀의 입술 위에 나의 입술을 포개어 부벼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진은 그래서 술집 벽에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논 나부의 사진과 같이, 문명의 진화의 끝에서 피로하고 풀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녀는 상품의 이름이나 하나의 문구와 대등한 가치로 물화되며 상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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