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20세기로의 여행: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
(덕수궁 미술관, 5. 28 ~8. 15)

두개의 환경(Two Surroundings 1934)/Wassily Kandinsky

딸 아이와 오늘로 마감되는 미술전람회를 갔다. 원작이라는 작품들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딸 아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림들이 감상에서 너무 멀리 떠나 있었다.

그러나 전시장의 마지막 즈음, 주재환이란 작가의 포토콜라주에서 그만 나는 강렬한 감동을 느꼈다. 그것은 콜라주 속의 문구가 나를 사로잡었던 것이다.

최신형 기관총좌를 지키던 젊은 병사는 피비린내 나는 맹수의 이빨 같은 총구 옆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병사는 그의 머리 위에 날아온 한 마리 새를 다정하게 쳐다보았다. 산골 출신인 그는 새에게 온갖 아름다운 관심을 쏟았다. 그 관심은 그의 눈을 충혈케 했다. 그의 손은 서서히 움직여 최신형 총구를 새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새는 하늘에서 떨어졌다. 수풀 속에 떨어진 새의 시체는 그냥 싸늘하게 굳어졌을까. 온 수풀은 성 바오로의 손바닥인 양 새의 시체를 어루만졌고 모든 나무와 풀과 꽃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부르짖었다. 죄 없는 자의 피는 씻을 수 없다. 죄 없는 자의 피는 씻을 수 없다.

……천상병, “새”

기타가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Guitar 1924)/Pablo Pica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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