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생 浮生

길 건너편 창고의 1층은 부생이다. 썩어가는 삶(腐生)이며, 떠돌아 뿌리가 없으며(浮生), 아예 나지도 않은(不生) 것이다. 형해는 썩어가고, 세상은 머무를 때가 없으며, 태허(太虛)가 꾼 꿈이 삶이어서, 다시 자미(紫微)로 돌아가면 아예 사라짐조차 없는(不滅) 것이 이 生이다.

아침에 如如님의 블로그에 들어가니 중국피리 명상곡인 <浮生>의 자켓에 쓰인 글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글이 너무 흐릿하여 어느 글자는 알아 볼 수가 없었다.

浮生

李白說 : 浮生若夢 爲歡幾何?
蘇東坡說 : 事如春夢 了無痕.
於是 沈三白……

대충 이 정도까지 만 밝혀냈을 뿐이다.

부생의 출전은 가장 가까이에서는 명심보감 순명편에서 찾아볼 수 있다.

子夏曰, 死生은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라.
萬事가 分已定이어늘 浮生이 空自忙이로다.

죽고 사는 것에는 명이 정해져 있고 부귀는 하늘에 딸린 것
모든 일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덧없는 삶이 공연히 바빠하는구나

그러나 旅인과 관련된 부생이 쓰인 명구는 이백의 철학적인 詩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의 첫머리에서 찾아볼 수 있고 위의 피리곡에 그 구절이 나온다.

夫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

무릇 우주란 만물의 여관이고,
시간이란 오랜 세월의 나그네여라
하여 이 덧없는 인생은 꿈만 같으니 즐거움이 또 얼마이겠는가
옛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밤새워 놀았음은 진실로 이유가 있음이라

또한 출전을 알 수 없는 소동파의 구절

事如春夢 了無痕

은 “모든 일은 봄날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라는 뜻이리라.

그리고 沈三白이란 浮生六記를 쓴 청나라의 화가이자 수필가인 沈復(1763~1808)이다. 그는 세상을 떠돌다 45세로 죽어갔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로맨티스트이다. 그는 누나라고 좋아하며 따르던 이종사촌 陳芸(진운)에게 장가를 보내달라고 졸라 결혼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그녀와 함께 했던 세월을 추억하고 여행과 사색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얻고자 했던 자서전적 수필이 바로 부생육기라고 한다.

그는 부생육기의 말미(양생과 소요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한다.

五百年謫在紅塵, 略成遊戱
三千里擊開滄海, 便是消遙

오백년을 홍진에 귀양 와 있었으니 대충 떠돌아 노는 것은 이루었고
삼천리 창해를 갈라서 여나니 이것이 바로 산책이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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