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류잔념

새벽, 낮은 태양도 뜨지 않은 시간에 깨어나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의 기억과 가슴 속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늦가을엔 특히 도시의 변두리에는 새의 울음소리도, 가지를 베어버린 나무에는 낮은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새벽의 하늘은 베어진 가지와 추위에 쪼그라든 가로등의 여윈 불빛 위로 영하 0.3도로 드넓고 어둡다. 두개피의 담배가 타들어가도록 고독과 미망이 초조한 나의 아침 속에 눅눅히 스미는 것을 본다.

겨울눈들이 창 밖의 가지에 자라나 절망의 시간, 그 끝에 펼쳐질 봄을 꿈꾸고 있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삭막한 시간들이야 말로 잠과 꿈으로 용해해내야 하는 만큼 겨울눈은 두껍고 포근하다.

다시 한대의 담배불을 붙인 후, 커피를 끓이고 또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끊으려면 다시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하리라. 애석하게도 신의 이름을 잊었고, 더욱 애석한 것은 지금과 여기에 대하여 갈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되었고 너무 오래되어 곰팡이와 이끼에 뒤덮힌 신화일 뿐이다.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불륜과 타락을 원하는 것은, 신화가 새롭기에는 너무 성스럽기 때문이다.

200511200510~200511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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