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4 18:45 : 무너진 도서관에서

다시 莊子를 읽으며 낱말을 낚는다. 그 낱말들을 보며 허약한 나의 인지능력을 탓하게 될 때도 있다.

망량(罔兩)은 그림자의 그림자라고 한다.

낮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 그림자를 보니 그림자의 주변에 희미하게 그늘이 보인다. 아마 뎃생을 한다면 이 망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자 각각을 본다면 그림자와 빛의 사이에 실금처럼 인식되는 윤곽선을 망량이라고 할 수 있다. 늘 보던 그림자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다.

나의 조그만 국어사전에는 이 망량과 딱 맞아 떨어지는 단어는 없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망량은 도깨비다. 도깨비는 이매와 망량이 있는 데, 이매는 사람을 해치는 나쁜 도깨비이며, 망량은 산과 물의 정기가 어리어 된 도깨비다. 한마디로 수풀의 요정 쯤 될 것 같다. 한자로는 이(鬼+?), 매(鬼+未), 망(鬼+罔), 량(鬼+兩)이다. 그러니까 망량은 깊은 숲 속에 어린 그림자의 그림자가 뭉쳐서 된 도깨비일지도 모른다.

또한 장자가 직접 쓰지 않은 편 중에서 가장 압권이라는 추수(秋水)의 뜻은 가을 물이다. 늦가을이 되면 산과 나무, 바위들이 겨울에 얼지 않기 위하여 간직하고 있던 물을 덜어냄에 따라 비도 오지 않는 데 갑자기 개울과 강물이 늘어나는 현상을 추수라고 한다.

이 낱말의 뜻을 알고서야 늦가을 개울물이 불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無情의 것들이 세월을 나는 슬기를 알 수 있었다.

장주는 은나라 유민의 나라인 宋나라 사람이다. 제정일치의 은나라를 주가 멸하고 봉건고대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종교를 표백해감에 따라 인문적인 전통은 증대된 반면, 신화는 희미해진 나라다. 그래서 무미건조하다.

장주는 조궤한 초나라의 도덕경과 열어구의 책에 송의 신화를 뒤섞어 장자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장주는 우언으로 가득하여 재미가 있으며, 코믹하지만 명상적인 사유들로 가득하다.

장자의 내편은 장주가 직접 썼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판단을 하며, 외편과 잡편은 다른 이들이 썼는 데, 문인들이 쓴 것은 적통에 가깝다고 보고 있으며, 비록 문인은 아니지만 장자의 진의를 나타냈다고 보는 가탁들과 후대의 위작으로 보는 구분이 있다.

그래서 장자는 내편을 열심히 읽고, 외잡편은 소요하듯 읽어야 한다.

<참고: 장자의 작자들에 따른 구분>

진저: (내편)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문인: (외편) 추수, 달생, 산목, 전자방, 지북유, (잡편) 우언, 천하
가탁: (외편) 천운, 지락, (잡편) 서무귀, 즉양, 외물, 열어구
위작: (외편) 변모, 마제, 거협, 재유, 천지, 천도, 각의, 선성, (잡편) 경상초, 양왕, 도척, 설검, 어부

2005/12/14 18:45에 旅인...face
2005/12/14 18:45 2005/12/14 18:45
─ tag  Keyword 망량, Keyword 장자, Keyword 추수
Trackback URL : http://yeeryu.com/trackback/450
◀ open adayof... Homo-Babiens ▶▶ close thedayof... Homo-Babi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