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16 20:57 : 황홀한 밥그릇

한 해가 거의 지나면서 또 인력시장이 문을 열었다. 면접실로 사람들이 삐쭉 들어오고 우리는 그들에서 천편일률적인 질문을 던진다. 짧은 시간동안 입사 지원자들은 그 질문에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 이 짧은 시간이 가고 나면 그들은 행복해지거나 아니면 오랜 우울을 곱씹으며 백수로 지내야 하거나, 또 다른 회사의 문을 하염없이 두드려야 한다.

그룹 공채라는 이름의 인력시장, 이는 몹시 이상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한 그룹에서 다음 해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데 몇백배의 지원자가 몰린다는 것, 그 많은 고급 노동자를 공급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얼마만큼의 잠재력을 가진 나라일까? 그리고 어느 한 순간에 노동 수요가 갑자기 생겨난다는 이 사실은 얼마나 기적적인가? 그룹 공채가 없다면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졸업생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그러나 그룹 공채를 통과하지 못한 자들에게 과연 패자부활전이 있을까?

협소한 시간에 협소한 인력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고달프기 한량없다. 나는 볼펜으로 한 사람에게 X표를 꾹꾹 눌러 쓴다. 그리고 한 인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표를 그린다. 나의 질문은 피상적이며, 그들의 대답은 순간적이다. 이 피상적인 질문과 순간적인 대답이 한 사람의 인생은 아니더라도 몇년, 몇십년을 좌우할 수도 있는 면접장은 빳빳하게 경직되고 긴장감으로 살벌하다.

그리고 내가 필요한 직원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필요한 사람 또한 뽑는다. 그들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 지를 모르기에 면접 프로그램에 섞여있는 질문을 골라 면접자의 침묵 속에 던진다. 그 느닷없는 질문에 그들은 단어를 모아 문장을 만들고 그럴 듯한 세계를 우리의 눈 앞에 펼쳐보인다. 그들의 의지는 찬란하고 꿈은 넓지만, 그들이 선택되고, 조직에 섞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처럼 무능하고 일하기 싫고 퇴근이 반가운 봉급쟁이가 되는 이 사회 또한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어제 오늘 나는 이 인력시장에서 돌을 던진다. 그리고 이 돌에 어느 누군가는 맞을 것이고, 그것은 그의 능력이나 인간성이라기 보다 단지 그가 오늘 하루 재수가 좋게도 남들보다 잘나 보였던지 아니면 그보다 남들이 못나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입사지원자들이여! 오늘에 일희일비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당신의 면접관이 멍청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을 용서해 달라!

2005/11/16 20:57에 旅인...face
2005/11/16 20:57 2005/11/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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