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둔 기행문

평화가 남긴 시간 속에서

수풀이 사주경계에 삼엄하다 못하여
철책 속에 가려지고
반토막난 정오의 햇빛이 따가웁게
벙커 앞에 머물 때
박씨는 민통선에 주민등록증을 저당잡히고
시궁창같은 역사책을 빌려
비무장된 사색을 할 수는 없었다
원산을 향하여 123키로
녹슨 시간이 멈춰선 월정리
대합실 나무의자에 앉은
아가씨의 상아빛 허벅지 위로
아제 아제 바라아제
도피안사의 목탁소리가
들린 듯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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