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느낌

바다 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타는 불 속 거미집엔 고기가 茶를 달이네

이 글은 시가 아니라, 효봉선사의 ‘오도송(悟道頌)’ 1선승이 깨달음을 얻은 뒤. 이를 게송으로 읊은 것 이다.

쌍계사에서 오도송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느낌이 아득하여 그때 읽었던 김일엽 스님의 오도송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검색이 안된다.

‘자연은 설명하고, 정신은 이해한다’라는 가다머의 해석학적 명제란 이 오도송에 와서는 늘 허무해지는 것이다. 佛家의 공안과 오도송이란 말로써 말을 여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도송이란 깨달음에 대한 선언이며, 깨달은 자만 그를 읽고 한 소식을 했는지를 가늠할 뿐, 나와 같은 범인에겐 이해는 물론 강팍한 마음으로 만들어 낼 해석의 여지조차 없는 것이다.

요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를 야금야금 읽고 있다.

책에 나온 시를 읽으면서 처음 오도송을 보았을 때처럼 그 아득함을 만나는 중이다.

                             여기서부터, ───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의 竹篇 1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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