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한 블로그

포스트를 써 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치사하게 예전에 썼던 글을 오늘로 돌려놓는 일이나 네이버의 내 블로그에서 퍼다가 올려놓는 일만 하고 있다.(태터툴즈에 해당함)

그리고 스킨이나 쥬크박스를 달고 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다.

한때는 나도 헤비 블로거였다고 할 정도였는데……

사실은 포스트에 밀린 숙제가 많다.

우선은 <논어>에 대한 해설을 완료하는 것,
둘째는 <망명자의 소고>를 끝내는 것
셋째는 <회상 58XX>를 마무리하는 것 등이다.

<논어>는 20편 중 5편 공야장에 멈추어 있다. 멈추어 선 이유는 우선은 나의 가방끈의 길이가 논어에 주를 달만큼 되질 못하여 진도가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논어를 읽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이 시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며, 논어 자체의 본증(이해)을 위해서는 방증(주변자료)인 주역과 시경(시), 상서(서), 그리고 춘추시대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필요하나 나는 무지하다. 그리고 논어에 머물기에는 그 당시 나는 쓸 것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구성해 나갈 수 있는 문재(文才)가 없다는 것은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라는 특이한 공간을 빌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를 써보자 라고 생각하고, 우선 <교단>이라는 내용은 별로 없고 <각주>가 70~80%가 되는 소설을 썼다. 기대한대로 아무도 읽지 않는 것 같다.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대학 때 한 장짜리 글로 시작되어 개작하여 올린 <사형수>와 <코스모스와 총의 이유>라는 글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심심하기는 매한가지의 글이다. 이 한 장짜리 글에서 세포분열을 하여 커진 글이 <망명자의 소고>인 데, 주역의 64괘에 배속해야 하는 만큼 서장 포함 65장에서 5장을 완성해놓고 60장이 남아있는 데, 완성을 하자니 나의 능력으로는 앞날이 막막하다. 그리고 기껏 쓴 5장도 재미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나의 글은 자전적이거나, 아니면 설명이다. 나의 자전적인 글이 소설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기억매체의 문제, 즉 나의 뇌의 파일이 일부 깨졌거나 도저히 당시의 감정을 복구해낼 수 없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허구를 집어넣거나 아니면 논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의 기억력은 전화번호, 숫자, 사람 이름을 외우는 데는 별로 쓸모가 없어도 과거로 소급하는 능력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만 세살 때의 기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등학교 2학년 때 오징어 튀김을 팔던 포장마차의 갓빠(Cover)의 무늬와 색이라든가, 1968년에 광화문 네거리의 모습 등을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심지어는 세살 때 길에서 만난 두꺼비의 모습과 당시 한양대는 한 동 밖에 없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의 자전적 글은 거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할머니의 이름으로>는 11편으로 완결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자전적 글 <회상 58XX>는 물경 20편까지 전개가 되었다. 그러나 20편에서 중단된 이유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내 인생 전편을 써야할 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속에 빠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에 중단을 해버렸다. 그 자전적 글에는 끝이 없다. 그래서 어디에서 결말을 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논어> 15장, <망명자의 소고> 60장, <회상 58XX> 최소한 15장 정도를 쓴다면 90개의 포스트가 밀려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쓸 것이 없어서 요즘 헤매고 있다.

그러니까 잠수를 타고 있는 셈이다.

때론 시를 쓰고 싶기도 하고, 때론 뭔가 가슴 속에 요동을 치는 데 정작 자판을 보면 어지럽기만 하다. 그래서 또 스킨을 바꾼다 음악을 올린다 하면서 시간을 축낸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치사하고 지저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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