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기행 4- 이화원

이화원

참 재미있는 이름이다. 이화원(頤和園)의 이는 잇빨 혹은 입을 뜻한다. 상괘는 산을 뜻하고, 하괘는 번개를 뜻한다. 씹는 행위에 있어 위는 움직이지 않고 아래턱만 움직인다. 양괘를 합하면 모양도 꼭 이빨 형상이다. 위는 산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아래는 위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뜻을 또한 가지고 있어, 명군의 성지를 받아 현명하게 이를 실행하는 신하가 있으니 만백성이 화합한다. 이는 (먹여)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백성을 기르지 못하고 수군의 양성을 위한 세금을 축냈으니 만백성이 口實을 찾지 못하여 피폐해져 이를 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북양함대가 일본과의 해전에서 패배(청일전쟁)하여 열국의 침략 빌미를 마련함으로써 망국의 정원이 되고 말았다.

이화원의 정원 배치를 볼 때, 평지에 산을 쌓아올리고 호수를 파내니 의당 損괘에 해당한다. 損괘는 아래를 덜어 위를 補한다는 뜻이다. 하나 아래를 감할 것이 어디있던가? 보좌할 신하가 없고 오히려 자신의 것을 덜어 백성에게 주어야 하는 益괘에 해당하는 형국에 역리를 행하였음은 망국의 정원이 가져다주는 교훈이다.

각설하고 자금성이 권위와 남성의 상징이라면, 이화원은 여성적인 모습을 지닌 한국의 비원에 해당한다. 자금성이 기능적인 특징을 지닌다면 이화원은 閑事를 즐기는 여유가 있으며 세속을 멀리하고픈 모습을 지닌다. 날이 저물어 만수산 위로 올라가 곤명호를 보는 즐거움을 누리지는 못하였으나 산이 없는 북경에서 만수산에 올라 호수와 남녁으로 펼쳐진 들을 본다면 그 흔쾌함이 상당하리라 생각된다. 모든 집들이 담백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고 길게 늘어선 회랑을 따라 곤명호가 눈앞으로 펼쳐지나 안개 속으로 호수 맞은 편이 흐려져 아물거린다.

시간이 있다면 이화원을 소요하면서 편액들과 궁실의 내부를 살펴보고자 하나 이미 날은 저물었다. 늦은 가을 저녁 북경의 거리를 차를 타고 배회하면서 숙소로 돌아간다.

 

山雷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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