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가계보

마이클 베이전트, 리처드 리, 헨리 링컨 등이 쓴 <성혈과 성배>(Holy Blood. Holy Grail)는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史實)들을 정교하게 엮고, 그럴듯한 가설과 방대한 자료조사, 그리고 정교한 수사학적 논리로 예수가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예수의 후손들의 가계보를 찾아(만들어) 낸다.

책에서는 각종자료를 근거로 오랜 시간을 추적한 끝에, 예수의 아기를 가진 막달라 마리아가 불란서로 들어왔으며, 그 혈통은 중세의 메로빙거 왕조로 흐르다가, 그 후에는 합스부르그 왕가로 흐르며, 이 로열 블러드(Holy Blood)는 아직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성혈(예수의 피)과 성배(막달라 마리아와 자손을 이어주는 여자)와 관련한 비밀을 수호하는 비밀조직의 계보도 등도 자세히 보도한다.

<성혈과 성배>의 노고는 저자들의 몫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의 많은 부분을 발췌해서 <푸코의 추>를 썼다. 댄 브라운이라는 미국의 이류 소설가는 푸코의 추의 골조와 이 작품의 내용을 섞어 자신의 소설 <다빈치 코드>를 써서 떼돈을 번다. 그러나 이 <성혈과 성배>는 정작 소설 속에는 하찮은 책 정도로 치부될 뿐이다. 자신들의 책을 바탕으로 떼돈을 벌었으면서도, 댄 브라운이 <성혈과 성배>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는 언급은 커녕, 거꾸로 자신들의 작업을 폄하하는 몰염치한 짓거리를 한 것에 대하여 분노했다. 그래서 베이전트 등은 댄 브라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의 결과, 많은 사람들이 <성혈과 성배>라는 책이 있고, 댄 브라운이 이 책을 저본으로 소설을 썼다는 알게 된다. 이미 오래전 절판이 되다시피됐던 책은, 다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소니에르 신부의 부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있던, 헨리 링컨이 우연히 미스테리 작가 제라르 드 세드의 소설, 저주받은 보물(Le Tresor Maudit)에서 소니에르의 양피지에 대한 언급을 보고, 제라르를 만나 양피지의 출처를 묻는다. 그는 피에르 플랑타르(Pierre Plantard)로 부터 구했다고 했다. 헨리 링컨은 플랑타르와 인터뷰를 하게되고, 그 결과 천년동안 운영되어온 비밀조직 시온수도회의 단장임을 알게 된다. BBC의 프로듀서였던 링컨은 1972년 잃어버린 예루살렘의 선물, 1974년 목사와 화가와 악마, 1979년 템플기사단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하던 중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다라는 의문을 투고를 받고, 마이클 베이전트, 리처드 리를 끌어들여 연구를 하게 된다. 이러던 중 예수의 가계와 관련하여, 거대한 음모가 서구의 역사 속에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성혈과 성배>라는 제목으로 1982년 출간한다.

그 후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진위 문제에 대하여 기독교계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장뤽 쇼멜(Jean-Luc Chaumeil)이 플랑타르의 사기행각에 대해서 폭로를 한다. 조사 결과 플랑타르가 소니에르의 양피지를 위조하고, 천년동안의 조직계보를 가진 시온수도회가 1956년에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플랑타르에 대해서 1979년경에 장뤽 쇼멜에게 듣고 자신들의 연구가 꽝이라는 것을 버젓이 알면서도 헨리 링컨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바탕으로 리처드 앤드류와 폴 셀렌버거라는 작가가 소니에르의 양피지를 해독하여 렌느 샤토에서 수Km 떨어진 몽 까르두 산에 예수의 무덤이 있다고 주장하는 <신의 무덤>을 1996년 출판한다. 또 같은 해 <성혈과 성배>의 개정 증판이 나왔다.

이러한 사실을 안 BBC 방송에서는 1996년 어떤 미스테리의 역사(The History of a Mystery)를 방송한다. 여기에 장뤽 쇼멜이 출현하여 위조 양피지와 함께 플랑타르의 사기행각을 공개하고, 플라타르는 모든 이야기가 거짓임을 실토한다.

그 후 플랑타르는 2000년 80세의 일기로 죽고, 2003년 다빈치 코드가 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