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책

모래의 책(El Libro de Arena)이란 1975년경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자신의 연금과 고딕체로 쓰여진 위클리프 성경책을 주고 산 읽을 수 없는 글씨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처음과 끝이 없고 그 중간도 없다. 한번 본 쪽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책갈피를 끼워 놓았던 쪽조차 다시 펴보면 다른 쪽으로 변화된다. 책은 늘 변화되면서 무한한 내용을 보르헤스에게 보여주었다.

그 해 여름, 보르헤스는 이 기괴한 책을 불태워버리려고 하다가 이 무한한 책의 소각에 무한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졌다. 그래서 자신이 은퇴하기전에 근무했던 아르헨티나의 국립도서관(거기에는 90만권의 책이 소장되어있었다)의 한 모퉁이에 모래의 책을 사서들이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내버려둔다.

이 모래의 책은 기록되지 않으며, 그 내용을 알 수 없으며, 감추어져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리하여 책이 아닌 책이다.

This Post Has 5 Comments

  1. 이 이야기는 진짜 있었던 이야기인가요?
    모래의 책이란 게 정말 있었나요?

    보르헤스를 다시 읽고 있어요.. ㅜ.ㅜ
    여전히 어렵네요..

    1. 여인

      민음사 간 보르헤스 전집 5권 셰익스피어의 기억의 1부 모래의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무한한 책이란 저로서는 몹시 탐나는 것이지만, 다시 반복되지 않는 페이지란 기록이 아닌 스쳐지나는 목소리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르헤스를 읽기 위해서는 카발라에 대한 지식을 조금 가지시면 도움이 될 것 입니다.

  2. 카발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저는 무한한 책이 시간의 잔여물, 그러니까
    지나간 시간이 남긴 찌꺼기처럼 느껴져요..
    예를 들면.. 기억.. 이랄까요?

    1. 여인

      보르헤스의 이야기의 많은 부분들은 카발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카발라는 유대교 신비주의로 빛의 책 조하르로 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가끔 우리가 듣게 되는 <생명의 나무>도 카발라적 수비학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보르헤스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무한이 아닌가 싶습니다. 끝나지 않는 생명, 무한한 지식, 추상화되지 않아 나무결의 무늬까지 세세히 경험되는 것 등등
      우리는 무한한 것을 지향하면서도, 유한자로써 무한을 직면한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거나 공포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여인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도 카발라적 수비학에 입각하여 미래를 예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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