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다시 검은 색의 스킨으로 돌아왔다. 나의 포스트들이 밝은 표면 위에 떠오르기에 부적절하다는 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담배를 끊었다.

자발적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아내는 니코패치인가를 내 앞에 내놓고 한 개피 밖에 피우지 않은 담배갑을 몰수했다.

패치를 붙이고 회사로 나가 직원들의 담배를 빼앗아 피운다. 퇴근하면 아내는 “오늘은 성공했어?”하고 묻는다. 아내는 성공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겠지만, 오늘도 실패했다고 나는 말한다. 그러면 왜 패치를 붙이느냐고 신경질적으로 묻는다. 아내에게 “붙이라고 당신이 주었잖아?”라고 되묻고 싶다. 그렇게 되물으면 아내가 화낼 것이다. 그래서 아무 소리도 안한다.

직원들의 담배를 빼앗아 피우는 것은 흡연에 대한 강렬한 욕구 때문이라기 보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매운 연기를 통해 확인해보거나, 초조하게 흐르는 시간 위에 짧은 눈금을 남기고자 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아들이 졸업을 했고, 그 자리에서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마래바]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오셨군요. 어쩌면 익숙함에 대한 회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갑자기 글 카테고리 [훼멸]의 구체적인 뜻이 뭔지 궁금해집니다.
    [여인]
    훼멸은 무너뜨릴 훼(毁) 업씬여길 멸(蔑)로 제가 사물과 사건을 보고 해석함에 있어서 온당함이 없어서, 그 본의를 해하거나, 아주 싸구려로 만들어 버리는 바. 저의 사견에 연연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좌측의 Notice 중 “허물어지는 세상의 오후..”를 보시면 부생, 훼멸, 변경의 제 나름대로의 뜻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 훼멸의 내용입니다.
    훼멸(毁蔑)이라, 세월의 정강이뼈가 꺽이고 바람결이 능멸하리니 1층에 의지하지 못하고 3층을 견디지 못하리니, 너의 음욕이 이층을 짖지 못하여 그 씨앗을 보지 못하고, 들보가 내려앉아도 하늘을 보지 못함은 아래와 위가 견련하지 못함이니 너의 참람함이 누천년에 이르러 부생 위에 퇴적하니라.
    (2-a) 그 안은 망자와 신들의 진노이자 거기에 압정으로 눌러 붙인 허위이니 거짓에 허무를 풀어 시간을 재고 하늘을 그리니 누가 인자들 위로 빛을 풀어놓았겠고 해(日)를 볼 것이더냐.
    (2-b) 그 밖은 권태에 깃든 영혼과 술 취한 정신의 욕지거리이니 시궁창의 냄새가 가득하며,
    (2-c) 그 끝은 어둔 밤에 망자의 묘혈을 파서 건져낸 골편과 가락지와 머리올이라. 아침이 오면 네가 썩은 것을 들에 내다버리리라.
    [애린]
    여인님, 금연 패치를 붙이고 담배를 피우면 간에 훨씬 더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금연이 힘들면 차라리 패치를 떼고 피우세요. ㅠ.ㅡ
    [여인]
    간에 무리가 안갈 정도 2개피 정도입니다.
    애린님 좀 봐 주십시요.
    [Hedge™]
    ‘아들의 여자친구’라는 부분이 제게 참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아드님께서 제 연배라면 그 아들의 여자친구는 며느리 1순위(?)가 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겠지요.
    며칠 전에 여자친구(사귀는 애는 아닙니다.)가 (비어 있던)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조금 일찍 오셔서 그 애를 보고는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더군요. 어디 나간다고 할 때마다 걔 보러 가냐고 넌지시 묻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
    [여인]
    방금 애린님의 포스트에서 알리 칸의 동영상을 보기 위하여 들렸었는 데… 벌써 오시다니?!
    제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여차친구는 고1이라 조만간 헤어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애린]
    “그런데 여차친구는 고1이라 조만간 헤어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냥 평범한 말투인데도 전 어쩐지 웃음이 나옵니다. 아드님 입장에선 어떨지 몰라도 제가 느끼기엔 매우 특이하고 쿨한 아버지시군요. ^^
    근데 여인님, 티스토리에서 도로 태터로 옮기신 건가요?
    [여인]
    태터로 도로 간 것이 아니라, 이 태터의 스킨을 그대로 썼고, 아주 힘들여서 yeeryu.com을 티스토리의 2차 도메인으로 등록했습니다. 그래서 yeeryu.tistory.com으로 가도 같은 블로그가 나올 것입니다.
    아들놈은 그냥 계산 상 나온 이야기입니다. 만약 대학을 들어가 미팅이나 만남이 있을 때, 화장발의 성장한 아가씨를 보게 되면, 교복을 입은 쌩얼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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