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가 불룩하다. 그 안에 든 것들을 추억해 보면 지갑과 몇 자 쓰여지지 않은 수첩, 손수건과 060과 카드회사의 전화 밖에 오지 않는 핸드폰과 담배와 MP3, 이어폰 줄과 거기에 꼬여있는 라이터, 만년필과 명함집, 지갑을 열어보면 카드와 계산서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사이에 돈이 말라비틀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갑에서 멀어진 몇 장의 천원짜리와 가을바람에 짤랑거리는 동전 몇닢. 90% 이상의 無用에 잠자는 之物들. 이와 같이 많은 것을 지닌 나는 그리고도 가방을 들고 회사를 다닌다. 거기에는 신문과 중국어 교습 독본, 기타 등등의 읽을 것, 디카와 집의 열쇠와 우산과 휴지와 종이쪼가리, 때론 세상의 열기를 물리칠 쥘부채마저 들어있기도 하다.

세상과의 혈연의 무게가 이처럼 두툼하고 난잡하여도, 세상의 변경에 서서 나는 소리치지 못한다. 그 무게와 잡다함들로 인하여 정박해 있고 더 많은 것을 모든 주머니와 가방에 퍼 담고 주체할 수 없는 무게로 세파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 有所有! 나는 도시의 유리창에 반사되는 初秋의 陽光에 자란 것, 자유는 금분을 칠한 카드 위에 반짝이고 지갑의 무게는 가슴 속에 자라며, 호주머니에 든 것들로 무릎이 휘청거릴수록 나의 대지가 보다 단단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이 세상의 四寸. 그리하여 소유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밤을 함께 지샐 친구와 가을이 왔다고 전화를 걸 애인과 그리운 사람들의 흔적은 가슴 속에 텅 비어 있다.

2005/10/13 21:20에 旅인...face
2005/10/13 21:20 2005/10/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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