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두바이-8

두바이(D2)

아프리카와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이 곳에서 약간이나마 인식의 지평을 넓혔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날(D3)

깜짝 놀란 것처럼 잠에서 깨어나니 새벽 6시이다.
테헤란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밤 12시가 넘어서 두바이에 도착하였고, 입국 세관에 당도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다.

먼나라에서 두바이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밤에 도착한다고 한다.

깊은 밤이었지만 세관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은 불안으로 날이 서 있다. 그들은 낱장으로 된 비자를 여권 위에 포개들고서 두리번거리며,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린다. 때로 입국 스템프를 찍어주는 하얀 디슈다샤(아랍인들이 발목까지 입는 원피스형 옷, 쑵이라고 하기도 함)를 입고 머리에 구트라(머리의 흰천)와 이깔(구트라를 눌러주는 검은 테)을 쓴 세관원이 누군가를 소리쳐 부른다. 그러면 아랍인이 와서 창구에 서있는 사람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기도 한다.

그런 장면을 보면 줄에 선 사람들은 더욱 긴장하기 마련이다.

장사진을 통과하여 공항을 벗어나자 새벽 1시 30분쯤 되었고, 택시를 타고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니 새벽 2시였다.

테헤란에선 호텔이 형편없어서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지만, 두바이에선 호텔비가 비싸서 게스트 하우스에 든다고 한다.

세면장이 방 건너편에 있는 것만 제외하곤 깨끗하고 침대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아 창문을 열고 TV를 본 후 잠이 든 것은 세시쯤?

7시가 되자 아침이 왔다.

여름에 보던 짧고 강렬한 그 햇빛이 도시 위를 점령하고, 벌써 출근 차량들이 얽혀있는 지 이곳 저곳에서 빵빵하는 경적소리가 창 너머로 들렸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으로 청국장과 간고등어를 내왔다.

두바이의 지점을 들러 업무를 보고, 고객을 만나고, 업무협의를 마치고 나자 오후 다섯시가 되었다.

주메이라 해변에서(D4)

인도양의 물이 아라비아 반도에 부딪혀 아리비아 바다에 차 오르고, 페르시아 만으로 가파르게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주메이라 해변은 북쪽으로 바다를 보고 누워 있다.

북쪽으로 향한 바다를 경험하지 못한 나는, 해가 저무는 쪽을 보고 사막이 있는 곳을 바다로, 바다가 있는 쪽을 사막이라고 생각했다.

직원은 결국 7성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앞에 나를 데리고 왔다. 두바이에 볼 것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는 해변으로 가자고 했다. 한적한 길을 조금 달려 해변에 가 닿았다. 거기가 주메이라 해변이다. 나는 거기가 신밧드가 돛을 올리던 아라비아 해인줄 알았다. 그러나 그 건너편이 이란인 페르시아 만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이미 해는 지고 남은 빛이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서서히 침식되고 있었다. 해변은 한정없이 길다. 그래도 끝이 있는 지 해변이 끝나고 어둠에 잠겨 있는 저쪽 끝에 아스라이 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밤이 시작되었다.

메디나 알 주메이라(D5)

페르시아의 바자가 이런 풍경일까? 아니면 대상이 찾아든 오아시스의 마을의 진흙 벽 골목이 이런 모습일까?

쇼핑몰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메디나 알 주메이라(Madinat Al Jumeirah)로 올라갔을 때, 높다란 궁륭으로 해서 복도임에도 이방의 낯선 골목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때론 지붕이 열려진 곳도 있는데, 노점상들이 갖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다.

주석주전자, 아랍어 문양이 든 방패, 청동 항아리며 모래로 그림을 다져넣은 병, 카페트와 히잡 등을 팔고 있다.

건물의 밖으로 나오니 오아시스 위에 지어진 토호국의 요새와 같은 건물들이 아라비아의 짙은 밤 그늘 아래 조명을 받아 꿈결처럼 보였다.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사들고 노천극장의 층계참에 앉았다. 맞은편에 두부모처럼 지어진 왕궁의 궁성과 돔 그리고 망루들이 빛을 받아 어둠 속에 떠오르고 사막 쪽에서 불어오는 밤바람이 선선하게 불었다.

그리고 노천무대에서 노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크릭을 바라보며(D6)

늦은 저녁을 먹는 것이 벌써 익숙해졌는 지…, 9시가 넘어 크릭(두바이 시내 한가운데 땅이 갈리진 틈, 그 사이를 바닷물이 들어차 마치 강처럼 보인다) 옆에 있는 골프장의 한 쪽에 있는 식당으로 갔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우리는 식당의 바깥, 페르시아 만의 바다가 차 오른 크릭 위의 난간에 자리를 잡았다.

사막이지만 겨울 밤은 어쩔 수 없는 지, 밤바람은 쌀쌀했다.

드디어 출장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줄곧 나를 동행해주었던 과장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 두바이 지점에 오고 나서 잘 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삭당에서 이렇게 훌륭한 요리를 둘이서 푸짐하게 먹었는 데, 우리 돈으로 육만원! 서울에선 삼겹살에 소주 밖에 못 먹을 돈 아니냐? 이란은 가난해서 음식값이 싸다고 할 수 있지만, 이 두바이가 서울보다 싸다는 것은 두바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 서울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했다.

그는 6개월 전에 발령을 받으며 세상의 끝에 가는 줄 알았는 데, 와 보니 세상의 시작이 이 곳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곳은 세상의 끝이자, 시작이다.

만조 때가 되었는 지 크릭의 물은 꽉 차 올랐고 건너편의 제방 위의 숲은 어둠 속에서도 무성했다. 불야의 두바이가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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