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2 09:05 : 벌레먹은 하루

시간의 틈

담배를 끊고 나자, 담배를 꼬살라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날리고 싶다는 욕망보다, 주름졌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바람 든 비닐봉지처럼 밋밋하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그 밋밋했던 시간 속에서 미미한 틈을 찾아, 즉 회의가 끝났다거나 식사를 한 후, 담배를 피우고, 그 사이로 삼십년이 넘도록 꽁초를 쑤셔 박았다.

그래서 시간의 곳곳에 담뱃불 자국들과 자국들 사이로 누렇게 쭈그러든 주름들이 뒤덮혀 있었다. 주름들은 사유처럼 음울하기도 하고, 인생의 의미같아 보이기도 한다.

담배를 참아왔던 일주일동안, 과거처럼 나의 밋밋한 시간 속에 불침을 놓지 못한다는 것이 답답했다. 희의가 끝난 후 한 모금을 삼키고 토해내는 그 연기의 맛, 그리고 시간이 갈색연기 속으로 타래를 풀며 공기 중에 흡수되고 무화되는 그 절묘한 순간들, 식사 후의 포만감을 감싸는 후식과 같은 향연, 심심한 공기내음 속으로 매캐한 자극으로 다가옴으로써 숨쉬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간신히 느끼게 해주던 타르연기가 사라지자, 그만 시간은 간이 안된 국과 같이 싱거워지고 말았다.

사실 내 생활의 싱거움이란 간이 안된 국물 만도 못한 것이었다.

제밀라의 바람

'세상에는 정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하나의 진리가 태어나도록 하기 위하여 정신이 사멸하는 곳이 있다. 내가 제밀라에 갔을 때, 그곳에는 바람과 태양이 있었다.'라고 젊은 까뮈는 제밀라의 바람이라는 글의 앞머리에 썼다. 정신 그 자체를 부정하는 진리를 찾기 위하여 그의 글을 읽다가 그만 진리와 정신 모두를 잃어버리고, 고독한 자연 앞에서 폭양과 바람을 맞으며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제밀라(Djemila)는 알제리의 900m의 고원에 있는 로마의 성채이자, 식민도시이다. 하지만 그 이름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이다.

알제의 여름

'무언가를 배우고 교육을 받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쓴 알제의 여름은 그의 수필집 결혼(여름은 2~3년 후에 쓰여진 만큼 딴 책이라고 보자) 중 가장 무덤덤한 문체로 쓰여있지민, 젊은이가 감당하기에는, 아니 젊은이만 감당할 수 있는 삶의 열광들로 가득해서 알제(Algier)는 폭양과 열기 그리고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인생은 건축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연소시켜야 할 대상이다."라고 23살의 까뮈은 건방지게 지껄이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오늘은 2009년 2월 13일 금요일. 지금은 8시 10분이다. 비 내린다. 낡은 오백원짜리 동전색의 아침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렵다. 단지 살아가기 위해서는 거친 피부를 적실 약간의 습기와 우울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하늘을 보면, 말보로 라이트의 한모금이 얼마나 묵직한 감미로움이었던가를 기억할 수 밖에 없다.

2009/02/12 09:05에 旅인...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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