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3 11:51 : 황홀한 밥그릇

이명박 정부에 아주 큰 공적이 있다. 그 공적은 생각보다 아주 큰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즉 대한 사람의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가를 적나나하게 중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이 통수된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광교에서 청계천을 바라본 후 뭔가 잘못됐다는 심정으로 나는 이렇게 술회한다.(2005.05.28)

어제 청계천을 보았다. 흘러와야 할 개울은 막혀버리고 아주 먼 곳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끌려온 강물이 쏟아져 내리는 개천. 기어이 자연의 날개를 꺽고 풍요의 눈금처럼 청계천은 되돌아왔다. 나의 어린 시절, 개천이란 온갖 오물이 모이고 그 사이로 시꺼멓게 죽은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악취와 모기와 하루살이들이 배회하던 그곳들을 혐오할 수 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깨끗하게 하기 보다는 시멘트로 복개함으로써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을 지하 저 밑의 어둠 속에 매몰시켜버렸다.

돌아온 청계천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더럽고 악취에 가득한 서울의 모든 개천에 대한 허위일 뿐이다.

한홍구씨의 <대한민국사>를 2권째 읽는다. 우리가 뜬소문 마냥 흘려보냈던 것들이 책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흥미롭다기 보다 마치 뼈다귀와 썩은 피와 고름에 가득한 시궁창 속에 바지를 걷고 들어간 느낌이다. 뜬소문이라고 애둘러 말하며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의 비겁과 무지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라를 더욱 광기와 오욕으로 점철케 했다는 반성도 없이, 더러운 역사를 읽는다. 그리고 역사야말로 광기이니까, 역사와 이념은 아예 접어놓은 채, 민족이니 민중이니 다 알게 무었이냐? 아귀처럼 제 밥그릇 악착같이 챙기고 질기게 질기게 살아야 한다고 한홍구, 그는 역설로써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004년 가을에 뉴라이트라는 망령들이 도시로 튀어나와 이렇게 소리친다.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정당성과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집권세력에 의해 의문시되면서 국가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

말인즉슨 좋다.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좋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의 망령들이 나타난 시점은 2004년 3월 <일제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친일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나란하다.

이들은 과거의 보수세력이 말하던 민족이라는 단어조차 박박 지워버린다. 일제치하의 수치스러운 과거는 그만 덮고, (재벌 중심의) 시장경제의 (탐욕적) 정당성을 살리고, 미군정 치하에서 수많은 민족주의자들과 동포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고문했던 것을 건국활동이라 칭하며, 죽도 밥도 아니었던 대한민국 건국에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날선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말은 더러운 과거는 덮고 순 생구라로 대한민국의 건국의 역사는 정통성이 있다고 하자는 것이며, 정통성이 있으니까 쪼오끔 잘못한 것은 덮어주자고, 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2005.05월 이렇게 쓴다.

역사란 당위(Sollen)가 될 수 없는 존재(Sein)의 문제이다. 따라서 국가와 민족 혹은 식민통치를 위한 당위성에 의하여 왜곡된 역사는 설령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하여도 고쳐져야 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여야 역사는 당위에 의하여 왜곡된 허구가 아닌 실재로서 존재할 수 있으며, 국민의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 과거사 규명은 이러한 점에서 이 시대의 당위의 문제이다.

과거의 청계천이 박정희에게 감춰졌다면, 새로 다가온 청계천은 이명박씨에 의해서 깨끗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자연하천 청계천은 인공하천 청계천에 가려 더러운지 지하의 어디를 감싸고 도는지 그만 잊혀지고 만다.

우리가 매몰했던 자연하천 청계천이 대지와 하늘에 열릴 때야만 우리는 청계천을 직시하고 오물과 오염에 손을 댈 것이고, 물이 깨끗해져 송사리와 개구리들이 수초 사이를 돌아다닐때, 우리는 진정한 풍요를 맞이할 것이다.

한홍구씨의 <대한민국사>는 우리가 감추어 둔 청계천에 대한 추억, 그 시궁창과 가난과 폭정을 불러 세우고 실존했던 비린내나는 역사를 바로 할 때, 진정한 반성과 회오를 바탕으로 진정한 <대한 사람들의 나라에 대한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장대한 발자국이다.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까지, 할 수 없이, 우리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마주할 수 밖에는 없다.

이명박씨는 온갖 추문 끝에 결국 뉴라이트 세력의 지지를 뒷배로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행적은 온갖 냄새를 풍기며, 우리나라의 검경 등 권력기관과 정부의 각 요처, 그리고 정당과 재벌들은 그에 편승하여 결코 우리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없는 난태생이며, 파충류와 같은 두려움과 공격성 밖에 지니지 못했다는 것을 백일 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이 정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20090613

2009/06/23 11:51에 旅인...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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