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는 밤

여름이 가나 보다. 여름은 무더웠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면 늘 이빨이 아프다. 덜덜거리며 습기와 열기를 뽑아내던 에어컨을 틀면서, 집 안은 좀더 공허해졌고 올림픽을 중계하는 TV에서 쏟아져 나오는 함성소리가 거실 속에 먼지처럼 뒹굴었다.

어느 날 오후, 공기 속에 감돌던 습기가 사라졌다. 비가 왔다. 추워서 긴바지를 입고 휴일을 보냈다. 그 후 출근길에 밤잠을 설친 승객들은 흔들리는 지하철 속에서 더욱 졸기 시작했다.

조만간 알을 낳고 죽어갈 모기들은, 모기향을 피워도 야음을 타고 날아와 얕은 나의 잠 속 깊숙히 침을 찌른다. 육신과 정신의 단락 사이로 모기가 뱉아낸 히루딘(혈액응고억제물질)이 눌러붙고. 긁어도 긁어도 진정되지 않는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가려움 때문에 정신은 육신의 스위치를 켜고, 그만 깨어난다.

두시 이십분.

아직도 덜덜거리며 돌고 있는 선풍기의 날개소리 속에 불현듯 켜진 형광등 불빛에 촛점이 잡히지 않지만, 이 시간이 지닌 뚜렷한 침묵의 무게를 만난다.

어둠이 차곡 차곡 쌓여 응축되고, 아침의 빛으로 변화되어 가는 그 집요한 정적. 간혹 창 가에 부는 바람에 창틀을 두드리는 브라인드의 무의미한 소리. 그리고 잠들어 있어야만 하는 새벽 두시. 그리고 깨어난 나.

아침이라는 시간의 형식이 없었더라면, 낮의 열기가 어둠 속에 용해되어가는 공기의 냄새와 이명처럼 들리는 곤충들이 밤을 깍아먹는 소리 속에 무의미한 삶들이 뽑아냈던 일고의 가치없는 언어들을 조금은 정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가려움을 진정시키는 약을 바르고, 거실의 불을 끄고, 아직도 낮의 열기가 듬성듬성 떠도는 거실을 지나 아내가 잠든 눅눅한 침대의 한모퉁이로 돌아가 깨어나야 할 여섯시 삼십분을 계산하며 자리에 눕는다.

네시간 정도 더 잘 수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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