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람(청풍)과 밤

겨울 해는 일찍 지고, 나의 잠은 짧다.

호수 위에 어릴 노을을 보러갔지만, 여섯시에 이미 사위는 깜깜했고, 아내와 한 잔하고 잠든 침대 위로 기어 들어온 호수의 찬 바람이 기어이 날 깨우고야 말았다.

네시 이십분.

침대 위의 공기는 차고, 팬션의 바닥은 따스하다.

창문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본다.

별이다.

밤 하늘 아래로 달이 서쪽으로 이울었는지 서쪽 산그림자 위로 미광이 안개처럼 하얗게 깔렸다.

호수 위로 드리운 산뿌리

그리고 호수.

12월 25~26일 여행에서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유리알 유희 08.12.27. 09:56
    아, 청풍의 그날 새벽이군요. 신새벽의 맑은 바람냄새가 물씬 묻어나서 덩달아 흐뭇합니다. ㅎㅎ
    ┗ 旅인 08.12.27. 15:20
    너무 추워서 새벽 산보는 못했습니다. 창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하늘을 보았지요. 아침에 햇살이 너무 좋았습니다.

    truth 08.12.27. 09:59
    rythm..
    ┗ 旅인 08.12.27. 15:21
    고요…

    샤론 08.12.27. 15:14
    멋진 하루밤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호젓한 여행 ..즐거우셨겠지요?
    ┗ 旅인 08.12.27. 15:21
    불쑥 간 여행이지만, 아내도 좋았던 모양입니다.
    ┗ 다리우스 08.12.27. 15:30
    그게 여행의 묘미겠지요~불쑥 떠나는 것, ^^
    ┗ 시에라 피크 08.12.27. 17:50
    고즈넉한 분위기도 느껴지네요 많이 추우셨나봅니다 동적인 느낌보다는 정적인 여행을 하신거 같아요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한답니다

    ┗ 旅인 08.12.27. 18:20
    대부분 불쑥 떠나면 집사람이 안쫓아오는데, 이번에는 따라오더군요.
    ┗ 旅인 08.12.27. 18:22
    반갑습니다, 시에라 피크님. 어떻게 제가 몹시 정적인 여행을 한다는 것을 아셨죠? 대부분의 여행을 고적하게 즐기려고 합니다.
    ┗ 스윗 노벰버 09.01.11. 15:44
    저도 12월 중순에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서 이사를 한 후, 짐을 풀지도 않고 곧장 선배 언니가 있는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리고 그 언니와 함께 Mitfahrgelegenheit…우리나라 말로 뭐라그래야할지…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 기름값만 주고 탈 수 있도록 정보제공하는 사이트가 독일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정보 찾아서 스위스에 있는 친구 신혼집에서 조촐하게 파티도 하면서 기분전환을 했습니다. 사실은 겨울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친구신혼집 근처에 큰 호수가 있더라구요. 가족들 축복받지 않고 한국식구들과 인연끊고 무작정 남자친구에게 날아와서 혼인신고로 결혼을 한 친구여서 멀리 갈 수가 없었습니다.
    ┗ 스윗 노벰버 09.01.11. 15:49
    여름방학 때부터 교수와 실랑이 벌이고, 세미나 준비하고, 개인적인 일로 신경 거슬리고 그래서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었는데, 바다같은 호수 바라보면서 많이 덜어지더라구요. 멀리 눈 덮인 알프스도 보이고. 유럽은 평지여서 여행다니면 그냥 붕 떠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여행하면 참 고즈넉하고 아담한 포근함이 느껴집니다. 여인님 글을 읽으니 한국의 정경이 눈에 들어와요. ^^, 조금 있다가 한국가면 다시 추억의 그 바닷가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겨울바다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그 땐 또 다른 바다가 가슴에 들어오겠죠.
    ┗ 스윗 노벰버 09.01.11. 15:59
    그 사람도 여기저기 여행 많이 다녔다고 하네요. 같은 시기에 같은 슬픔 경험한 일도 있고…해서 다시 만나 같은 바다를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저는 작은 호수같았고(20대초반까지만 해도 얌전한 편이었음^^;), 그 사람은 바다 같았는데, 지금은 서로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어요.
    ┗ 旅인 09.01.11. 21:06
    아~ 멀리 가 계시는군요. 저는 한번 지평선으로 내려 앉는 노을을 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풍경은 늘 익숙해서 그 아름다움에 깃들기 위해서는 늘 시간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아시아권으로 전전하다보니 유럽의 풍경을 체험해 본 작은 없네요. 평야가 계속되는 곳의 높은 곳에서 보면, 아무래도 좀 떠 있다는 느낌이 들겠지요. 외로움과 함께 하면서 학과를 수행하기 위해 바쁘신 중에 여행을 통하여 스트레스도 풀고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그 곳에 있다보면 한국의 풍경이 그립기도 하겠네요. 언제 한국에 오시면 바라시는 소망을 다 푸시기 바랍니다.

    유진 08.12.27. 22:30
    청풍이라면 어딘가요? 에고,, 어제네요?… 지금도 여행에의 감동이 몸속을 스멀거리게 하겠군요..旅님..^^*
    ┗ 旅인 08.12.28. 00:32
    충북 제천 옆에 있습니다. 청풍에 수산이라면 동네 이름으로 제일 멋지죠? 하지만 인공호의 깍아진 단애 같은 것을 보면 호수의 그 편안함은 다소 감해집니다. 하지만 조용하고 바람은 맑은 고장입니다.
    ┗ 샤론 08.12.28. 12:55
    부인께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주셨나요..즐거운 대화가 되셨나요? 여인님은 재미있는 분인가요? 아니면 글 만 잘 쓰시나요?
    ┗ 旅인 08.12.28. 13:15
    재미있는 이야기는 별로 할 것이 없어서… 집사람 이야기나 들어주면 되는데, 그것도 잘하는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불어숲 08.12.28. 02:54
    그저 부러울 따름 입니다.
    ┗ 旅인 08.12.28. 13:15
    한번 다녀오십시요. 이제는 할 일이라곤 마누라 손잡고 이곳 저곳 다니는 것 밖에 없네요.^^

    집시바이올린 08.12.28. 19:56
    글이 참 맑다는 느낌입니다. 뭐라고 표현을 하고 싶은데 글로 나타내지 못해 여전히 답답합니다. 아~ 갑자기 호수가 보고싶습니다.
    ┗ 旅인 08.12.28. 21:04
    네시 이십분의 풍경이 맑았습니다. 저도 아침에 산보라도 했다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산골아이 08.12.29. 02:33
    겨울별떨기가 보고 싶네요. 호수 위에 뜬 별과 달과 그리고 신선하고 차가운 바람. 저도 호수가 보고파요.
    ┗ 旅인 08.12.29. 09:17
    이제 년차를 쓴 연휴도 끝났으니…멀리 가고 싶어도 시간이 만만치 않네요. 참. 달이 뜬 것을 보았으면 좋았을텐데 그 광경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산골아이님께도 좋은 시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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