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3 18:47 : 무지개, 24분지 1의 꿈

1. 영화를 보기 전

지난 주 금요일, 년차를 내고 쉬다보니 엄처시하에 마누라께서 짜증내시지 않을까 하여...

"오늘 회사도 쉬는데 우리 영화나 한편...?"
(0.5초 만에) "뭐가 좋은데...?"
(괜히 말 걸었네 하며) "해운대는 좀 그렇다고 하던데..."  하며 아들을 불러,

"집 가까운 극장에 국가대표 두장 끊어라!"

"아빠! 저번에 바이애슬론 국제선수권 대회 통역봉사 갔을 때 그 영화 찍고 있었어요. 그때 눈이 없어서 맨 바닥에서 찍었는데... "하며, 예약을 한다.

2월인가 아들을 그 곳까지 데려다 주었던 기억이 난다. 겨울 가뭄 때라 메마른 영동고속국도 위에는 햇살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선수권 대회가 열릴 용평에 도착해서 보니, 눈이 수북해야 할 곳이 황톳빛 땅이었다. 이래 가지고 국제대회나 하겠나 하며, 아들을 떨궈놓고

"짜아식들이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에게 차편도 대주지 않고 알아서 찾아오라니?' 하며, 서울로 돌아왔다.

자원봉사가 끝난 뒤, 아들이 돌아와 한다는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아들은 본부요원으로 가서, 외국선수들에게 이름표를 나눠주고 배방을 하거나 하는 것이었는데, 가자마자 러시아 인근 나라 선수 중  입국비자인가에 문제가 생겨 단신으로 그들을 이끌고(러시아어 영어통역 대동), 비자 해결을 위하여 서울을 왔다 갔고, 하루는 조직위부위원장인가 하는 작자가 왔는데, 한국 측에서 의전을 할 사람이 없으니, "니가 관광이나 시켜드려라"하며 승용차를 키를 주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 데리고 월정사하고 동해안 좀 보여주고 했어요."

아무리 별 볼일 없는 국제선수권대회라지만, 조직위 부위원장 의전조차 감당 못하여 대학 1년짜리 자원봉사자를 임시 땜빵으로 붙이는 판국에 무슨 동계올림픽 유치?

2. 엘리트 체육

이런 상황 아래에서 영화 <국가대표>는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는 나라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엄청난 물량을 퍼부어도 국민 건강을 위한 보통 체육을 위한 투자는 인색하다.

다른 나라,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체육을 홍보용으로 쓰기 위하여 국가대표를 선발하여 선수촌에 몰아넣은 뒤,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붓고, 일단 메달만 따면 아파트 한 채는 문제없고, 연금에다 병역면제 시켜주겠다는 식인지 잘모르겠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헌법 제 몇조 국민의 의무 어쩌고 하면서 대체 복무도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월드컵 몇강에 들어가면 "기분이다. 몽땅 병역면제다!" 하는 것은 왜 그렇게 쉽게 되는지 이해는 안가지만,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러면서도 비인기종목에는 왜 그리 인색한 것인지?

간혹 대하는 봅슬레이 경기 소식이나, 영화 우생순의 핸드볼같은 종목을 보면, 엘리트 체육을 위해서 쳐바르는 돈의 효율성(Input>메달)은 물론 그 막대한 투자에서 왜 저 종목은 소외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3. 영화 <국가대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하여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들,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 <국가대표>이다.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단지 다섯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다섯이라고 한다.

사실 그들에게 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엄마를 찾고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해주는 것, 늙으신 할머니와 넋나간 동생 때문에 도저히 군대를 갈 수 없어서, 맨날 아버지에게 터져서 자기 자신으로 뭔가 한번 해보고 싶어서, 폼나게 살고 싶어서... 그들에게 메달이 필요했을 뿐이다.

스키점프의 국가대표로 선발된 자들의 실상은 극화된 그들의 상황과 다를 지 모른다. 영화의 그들보다 더 심각하거나 진지했을 것이다. 생활이란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한결 깊고 복잡하며, 어쩔 수 없는 일들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발을 들여놓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발을 뺄 수 없도록 생활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쌍용차 해고근로자들이 목숨을 걸고 농성을 한다. 차를 조립하고 도장을 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먹고 살 길이 막연한 그들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이라며, 공장의 지붕으로 올라가 살려달라고 돌을 던지고 새총을 쏜다.

국가대표에게 필요한 것이 메달과 함께 부여되는 아파트와 병역면제라면,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 필요한 것은 당연, 동계올림픽 유치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실패한다. 급조된 비인기종목에 투자할 예산을 받아낼 명분은 더 이상 없다.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해체하는 일은 당연하다 못해 지당한 것이다.

반면, 메달이 필요했던 그들에게, 팀 해체는 기대했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실날같던 희망이, 더욱 캄캄한 절망이 되는 것이고, 그나마 엿같게 여겨졌던 자신의 조국, 대한민국을 더 엿같게 만드는 일이다.

웃으면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위원회의 싸가지없는 결정에 분노한다. 시쭈구리한 국가대표팀이야말로, 거대한 국가에 대하여 약자이기에, 영화를 보며 분노하는 것이 정의라도 되는 냥...

반전이 없는 영화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방코치(성동일 분)를 위원장(김용건 분)에게 보내 울며불며 매달리게 한다. 위원장은 자신의 아들(하정우)이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어서인지 모르지만, 딸랑 나가노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어준다.

나가노에서 그들은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며, 하늘을 날아 착지, 우와~! 메달권에 드는 듯 하다가, 주전인 형의 부상으로, 연습도 한 번 못한 후보선수, 게다가 중학생 플러스 약간 맛이 간, 강봉구(이재용 분)를 나가노의 하늘로 날려보낸다.

강봉구는 나가노의 하늘 높이 날라 착지. 하지만 그만 넘어지고 우리의 국가대표팀은 13위에 머문다.

그들의 경기장면이 TV로 중계되면서, 국민들과 함께 위원장도 감동하고, 식구들도 감동하고, 관객들도 감동하면서.....

이들은 계속 국가대표로 남을 수 있게 되고, 아직도 이들은 비인기종목 선수로 품팔이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4. 영화 후에...

요즘 영화를 보면, 연기가 좋다, 구성이 탄탄하다, 예술성이 있다, 등등의 생각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비평이나 평론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 속이 허해져서 그런지 괜스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전엔 그런 것 없었다. 이 영화 좀 슬프구나 정도였지, 눈 가가 촉촉해지지는 않았다. 이 영화는 코믹물이면서도 마지막에 슬픔이 아니라, 가슴 저림으로 눈물이 나려 했다.

이런 눈물이 좋다. 차라리 펑펑 울고 나면 스트레스 날아가버릴 것 같다.

태어나 생애의 많은 부분을 나는 독재치하에서 살았다. 이승만 때 태어나서 박정희 때 학교를 다녔고, 전두환 때에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여 나이 서른에 육이구 선언이 있었다. 노태우나 김영삼 때는 민주화가 뭔지도 모르고 지냈다. 그렇다고 지금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했다. 방화는 대부분 무지하게 슬펐고, 그만큼 재미가 없었다. 요즘 한국영화는 대부분 무지하게 재밌다.

왜 그럴까?

예전에는 변사가 나와 "순애는 사랑에 울고 돈에 소갔던 거시었던 것이었다."식의 영화, 버려진 사랑의 이야기였거나, 아니면 팔도강산이라는 체제 옹호적 영화가 대부분이었고 인상더러운 놈이 빨치산으로 나오거나, 저 하늘에도 슬픔이 처럼 지지리도 궁상이거나, 체제 비판적이라고 해도 바보들의 행진이 다였기에, 우리는 애마부인이나 뽕 원 투 쓰리를 보아야만 했다.

요즘 영화는 현 체제를 비판하는 측면을 한 다리씩은 걸친다. 과거사를 재반성한다거나, 현실의 정치나, 만연한 물신숭배 체제를 비판하면서, 왜곡되고 아픈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자신의 현실을 자각하고, 개인에 반대편에 서있는 나라를 생각하며 비판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도 사회에 참여하고 체제를 비판하며 조금씩 나아져 간다는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그래서 예전의 주입식 혹은 최루형 영화에 비하여 훨씬 재미있어지고,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20090813

참고> 국가대표

2009/08/13 18:47에 旅인...face
2009/08/13 18:47 2009/08/13 18:47
Trackback URL : http://yeeryu.com/trackback/734
◀ open adayof... Homo-Babiens ▶▶ close thedayof... Homo-Babi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