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근황들

箱根의 芦ノ湖(아시노코 옆 하코네마치의 길)

1. 일본에 대한 무지

일본여행기는 쓰기 힘들다. 가 본 곳도 그렇겠지만, 일본에 대한 나의 지식이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중국에 대해서라면? 상식적으로 볼때 너무 과다하다.

라면이 맛있었고 디즈니랜드에서 딸내미와 재미있게 놀았고, 고덴빠에서 쇼핑을 하다가 기둥뿌리를 뽑았고, 하코네에서 배를 탔다 정도의 이야기 밖에 늘어놀 것이 없다.

단지 신사라는 단어가 神寺도 神祠도 아닌 神社라는 것을 알았다.

서점에서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사려다가 만요슈(萬葉集)를 사들고 호텔로 들어가 펼쳐보고 한숨만 쉬었다.

잘 못 샀 다 !

2. 과도함과 무관심

아버지께서는 과도하거나 무관심하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아버지는 대체로 과도하신 쪽이고, 나는 대체로 무관심한 쪽이다.

얼마 전에 아버지는 디스크 수술을 하셨다. 허리가 아프시다는 말씀을 듣기 이전에 집 뒤에 땅을 빌려 채마밭을 일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다.

“또 농사짓는답시고 무리하셨죠?”
“그런가 보다.”
“아버지, 이제 여든이 넘으신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란 점을 잊지마세요.”

3. 유전적 특이점

하지만 아버지의 과도함을 탓하려다 보면, 내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로모를 사서 몇번 찍은 끝에 그만 중고 핫셀블라드를 샀다. 그리고 필름값과 현상 인화에 들어갈 비용을 갖고 고민하다가 1.5Kg에 달하는 이 녀석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삼각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싸구려로 사도 1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는 것을 간신히 알았다. 몇번 빈 셔터를 날리다가 그만 카메라가 얼어버려서 수리하는 곳에 가서 고쳐야만 했다. 핫셀블라드 전문대리점이라는 곳인데, 수리비용이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아내는 그런 핫셀블라드를 한번 쳐다보고, 나를 째려본다.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 아내를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이게 렌즈가 크다는 것 알아? 필름도 크거든 그래서 사진이 잘나온데…”하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는 내가 참 한심하다.

4. 36計 走爲上

저작권 때문에 블로그에 퍼다 담은 사진 등을 지우고 있다. 어떤 사진들은 너무 오랫동안 글과 함께 자리를 해왔기 때문에 지우려니까 포스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창작이란 주변환경과 어울러지는 것이다.

영화나 애니를 보고 포스트를 작성했는데, 영화 포스터 하나 실을 수 없다면 포스트에 힘이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작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분명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느냐와 관계가 있겠으나, 최근 법무법인 등에서 하는 행위들을 보면, 권리 침해와 타인의 창작행위를 도용함으로써 사적 이익을 취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법무법인 등에서 임의로 소를 제기하고 푼돈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빈발하고 있는 것이 실정인 것 같다.

저작권법에 따라 제재가 강화된다면, 실질적으로 피해가 크게 가는 곳은 아마도 원저작자와 불특정 다수의 블로거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법치를 활용하여 법률거간꾼들이 푼돈을 챙기게 될 것이다.

그러니 왠만하면 저작권의 저작 소지 만 있어도 지워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5. 트위터

어제부터 Twitter를 시작했다.

20090720

This Post Has 6 Comments

  1. 위소보루

    신사의 한자는 정말 특이한데요 *0* 전 왜 이제껏 못봤을까요 쩝
    신들을 모시는 사당이 아니라 신들의 사회집단 인가요? 잡신들이 많아서 사회라고 표시한건지 아무튼 새롭고 신선한 표현인 듯 합니다. 책을 잘못 사신건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

    저도 아버지랑은 대화도 그리 많지 않고 해봤자 단답형이 많아서 약간은 무뚝뚝한 것을 닮았고, 술자리 가서 술에 취하면 노래방에서 춤을 추는 것까지 닮은 것 같습니다. 하하 가끔 아버지와 집에서 술을 마실 때 저는 기분이 좋더라구요 ^^

    1. 여인

      종묘 사직할 때 사직은 땅귀신과 곡물의 신을 뜻한다고 하더군요. 社는 글자도 땅에 기도하는 모양입니다. 보통 이 땅귀신은 영험한 바위나 나무(신단수)를 중심으로 모셔졌던 듯 합니다. 우리나라의 당산이나 당나무가 그냥 신사의 프로토 타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社자가 모일 사로 의미가 바뀐 것은 땅귀신을 모실 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들고 일본의 마쯔리와 같은 것이 벌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네 아버지와 자식의 대화는 대부분 사막과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즘 아버지가 부쩍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2. 위소보루

      결국은 신에게 제사지낸다라는 뜻이 되는거군요. 찾아보니 社의 부수인 示에도 토지신이라는 의미가 있네요. 단지 표면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해석하면 저처럼 오류를 범하게 되는군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

      저는 둔감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면 어머니는 성황당이나 당나무 옆에 있는 집은 기가 세다고 하더군요. 물론 신사에 갔을 때 역시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 그냥 일본의 신사는 많은 사람들이 찾기에 마을에서 동떨어져 정돈이 잘 되지 않는 성황당처럼 오싹하지 않다는 상대적인 느낌 정도랄까요

      아버지와 자식의 대화가 사막과 같다는 말은 알 듯 모를 듯 하네요 ^^;

    3. 여인

      부자간의 대화가 늘 단답형이거나 일방적인 지시(명령)와 같아서…

  2. 트위터.. 시작하셨군요….
    저는 아직 그게 정확히 무엇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핸드폰과 블로그도 가끔 벅차기도 하고..
    어딘가에 숨고싶은 욕구가 불쑥 불쑥 치밀어와서 가끔은 블로그도 닫고 싶기도 하고…

    1. 여인

      현 단계로는 메모장 정도로 써보려고 합니다. 올라오는 다른 트위터들의 글을 보더라도 너무 단문이라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핸드폰은 남들이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고 있을 뿐이며, 문자 한번 날리려면 엄청 시간이 듭니다. 그리고 제 성격 상(냄비속성) 블로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갑니다. 하지만 네이버, 테터, WP 등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기는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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